여자부 전력양극화가 남긴 과제와 8구단 체제의 꿈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2-01-03 1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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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된 일이긴 하지만, 성적표는 처참하다. 신생구단 페퍼저축은행 얘기다.


V리그 여자부 7번째 구단 페퍼저축은행은 3일 현재 1승19패로 승점 5다. 지난해 11월 9일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을 3-1로 꺾고 기세를 타기도 했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최근에는 신생팀의 한계를 드러내며 14연패다. 이제 역대 최저 승률과 승점을 걱정할 처지다.


V리그 역대 최저 승률은 2006~2007시즌 남자부 신협상무가 기록한 2승28패(승률 0.067)다. 36경기 체제에선 2009~2010시즌과 2011~2012시즌 상무, 2014~2015시즌 우리카드가 기록했던 3승33패(승률 0.083)다. 여자부에선 2006~2007시즌 KT&G가 거둔 3승21패(승률 0.125)다. 최다 연패 기록은 2012~2013시즌 KGC인삼공사의 20연패다. 인삼공사는 2013년 2월 20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벌어진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3-1로 이겨 긴 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고대하던 승리를 거두던 날 이성희 당시 감독은 눈물의 인터뷰를 했다.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 스포츠동아DB


여자배구 지도자 생활만 30년 넘게 해온 김형실 감독은 페퍼저축은행의 최근 성적은 신생팀이 겪어야 할 과정으로 판단한다. 다른 팀에 비해 선수들이 함께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기량도 떨어지기에 시간과 반복훈련, 경험이 해결책이라고 본다. 최근 기다림을 언급한 이유다. 팀 창단 때부터 이런 상황을 우려했던 한국배구연맹(KOVO)은 “1년 정도 충분히 준비한 뒤 시즌에 참가하라”고 권유했지만 페퍼저축은행은 거부했다. 이왕 창단을 결심한 마당에 1년을 기다리기보다는 뛰어들어서 경험을 쌓겠다고 했다.


KOVO는 전력의 균형을 어느 정도는 맞추려고 애를 썼지만, 기존 구단들은 9명 보호선수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김 감독이 원했던 아시아쿼터 영입 요청도 형평성을 들어 거부했다. 게다가 갈수록 프로와 아마추어의 기량 차이는 커지고 있다. 배구 꿈나무 숫자마저 줄어들어 이제는 100명도 되지 않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신인드래프트를 해야 한다. 수업권 보장을 위해 학생선수들은 하루 2시간 이상 훈련도 못한다. 현재대로라면 배구천재가 아닌 이상 신인이 기존 프로선수를 이길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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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부의 전력양극화는 신생팀 창단으로 급격히 진행됐지만, 당분간 이 추세는 유지될 전망이다. 전력양극화로 2020도쿄올림픽 후광효과마저 급속히 사라지는 분위기다. 게다가 리그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전력이 외부에서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이상 기존 선수들을 놓고 각 구단은 제로섬 게임을 펼쳐야 한다. 이번 시즌 후 자유계약(FA)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적정가 이상으로 선수를 잡아야 할 상황을 구단들은 어떻게 판단할까.


신생팀의 등장으로 리그의 수준이 떨어지고 전력의 양극화가 극심해지면 또 다른 신생팀은 불가능하다. 창단해도 수년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돈을 많이 써도 우승은 꿈도 못 꿀 상황이라면 창단 의욕은 떨어질 것이다. 지금은 누가 여자배구단을 창단하려고 해도 KOVO가 말려야 할 형편이다. 충분한 선수수급방법을 찾지 못하면 V리그가 꿈꾸는 8구단 체제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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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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