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부산↔창원 왕복 2시간의 고민들, 단단해진 NC 이민호 [스토리 베이스볼]

입력 2022-01-09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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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기간, 매일같이 야구장을 찾았다. 1군 경기가 한창일 때도 이를 악물고 몸을 만들었다. NC 이민호에게 2022년이 큰 의미를 갖는 이유다. 창원 | 최익래 기자

퇴근시간 꽉 막힌 도로. 운전대를 잡은 채 미래에 대한 여러 고민을 반복했다. 집 근처에서도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했지만, 야구장과 멀리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매일을 그렇게 보냈다. 야구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느낀 시기. 이민호(29·NC 다이노스)는 몇 꺼풀 더 단단해진 채 2022년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창원→부산, 운전석에서 다짐한 ‘야구’
12월부터 1월은 KBO리그 선수들의 비활동 기간이다. 단체훈련이 금지된 기간이기 때문에 야구장에는 개인훈련을 하는 선수 일부만 간헐적으로 출근한다. 이민호는 거의 매일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 성탄절, 새해 첫 날 등 ‘빨간 날’에도 일정은 변하지 않았다. 최근 창원NC파크에서 만난 그는 “마음 맞는 형들끼리 ‘이번엔 다른 것 하나도 신경 쓰지 말고 야구에만 몰두하자’고 약속했다. 그래서 휴일 없이 야구장에 나오는 중”이라고 밝혔다. 주인공은 김건태, 손정욱, 그리고 강동연. 퓨처스 프리에이전트(FA)를 선언한 강동연도 구단의 배려로 ‘엔팍’에서 몸을 만드는 중이다.

시작은 11월 중순부터였다. 2020년 3월, 사회복무요원으로 국방의 의무를 시작한 이민호는 2021년 12월 15일 소집해제됐다. 복무 기간 아낀 휴가가 30일 정도 쌓였고, 11월 중순부터 엔팍에서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직 야구공을 잡는 단계는 아니다. 이민호는 “매번 급하게 하다가 무너진 기억이 있다. 몸 상태가 좋지만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이 고향인 이민호는 자택 인근 사회복지시설에서 복무했다. 처음으로 야구장 밖 사회와 마주한 기간. 누구나 그렇듯 “야구의 소중함을 느꼈다. 이젠 정말 죽기 살기로 할 것”이라는 다짐이 따라왔다. 대개 투수들은 사회복무요원 첫 해, 운동보다는 휴식을 취한다. 이민호도 당분간은 야구를 잊으려 했으나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답답함을 느꼈다. 9시 출근~18시 퇴근의 일상이 끝난 뒤, 곧장 차를 마산야구장으로 돌렸다. 왕복 2시간 이상을 도로에서 쏟으며 2022년 이후의 자신을 그리고 또 그렸다. 그 성찰들이 더해지며 이민호는 한결 더 단단해졌다.

“야구장 출근길은 익숙하지만 저녁 시간에 가는 건 처음이었다. 차가 정말 막힌다(웃음). ‘직관’ 오는 팬들이 고생 많을 것 같다고 느꼈다. 구단의 허락을 받고 2군구장인 마산야구장에서 몸을 만들었다. 2시간~2시간 반 정도는 매일 운동했는데, 다시 부산 집으로 갈 때 1군구장에선 경기가 한창이었다. 팬들의 함성은 없었지만 환한 라이트 불빛이 보이고, 타구음이 들릴 때마다 느낌이 묘했다. 차에서 ‘저기로 돌아갈 땐, 지금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되겠다’는 다짐만 반복했다.”

NC 이민호의 입대 전 투구 모습. 올해도 선발보다는 불펜에 초점을 맞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 | NC 다이노스

아쉽게 놓친 첫 우승, 그래서 더 간절한 ‘V2’
이민호가 팀을 떠나있는 사이, 너무도 많은 것이 달라졌다. NC의 가슴팍에는 ‘V1’이 새겨져있으며, 창단 초기부터 동고동락한 동료들 대다수가 팀을 떠났다. 특히 불펜에서 호흡했던 임창민, 김진성 등의 이탈은 이민호의 책임감을 키운다. “잘했던 선수가 못할 수도, 경험 없던 선수가 잘할 수도 있다. 작년만 봐도 (류)진욱이가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후배들이 잘하는 모습이 기분 좋으면서도 자극이 된다”는 말을 할 때, 표정은 진지했다.

2020년, 창단 첫 우승의 순간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도 긍정으로 털어냈다. 이민호는 “1차전부터 6차전까지 모두 생중계로 지켜봤다. 우승 확정 직후 감독님을 비롯해 함께 고생했던 동료들에게 연락했다”며 “함께 하지 못한 것은 내 운명 아니겠나. 다음 우승의 순간엔 꼭 함께 있고 싶다”고 다짐했다.

사실상 3년만의 1군 복귀 시즌이다. 이민호는 마무리투수로 낙점됐던 2019년, 11경기 9.2이닝 평균자책점(ERA) 6.52의 성적만을 남긴 채 연말 수술대에 올랐고 이듬해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팬들이 장교나 부사관으로 복무하는 중이냐고 묻는 것도 입대 직전 해 큰 도움이 못 됐기 때문이다. 흐름은 나쁘지 않다. 1차 재활프로그램은 마쳤고, 너무 빨리 끌어올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 컨트롤 중인 단계다. 이민호는 “자신감은 있다. 변수가 많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다치지만 않는다면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말로 올해 목표를 대신했다.

창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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