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바르셀로나는 잊어라…‘각자도생’ 백승호·이승우·장결희의 축구인생 2막 [스토리사커]

입력 2022-01-1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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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호, 이승우, 장결희(왼쪽부터). 사진ㅣ스포츠동아DB, 수원FC, 평택시티즌

한 때 FC바르셀로나(스페인) 유스 3총사(백승호·이승우·장결희)는 한국축구의 희망이었다. 세계적인 명문클럽 바르셀로나의 유니폼을 입었다는 자체가 화제였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2010·2011년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난 그들은 타고난 재능에 선진 훈련 프로그램이 접목되자 몰라보게 성장했다. 백승호가 1997년생, 이승우와 장결희가 1998년생으로 10대 중반의 어린 나이였지만 그들의 일상은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그곳 지도자들에게 칭찬 받은 짤막한 소식에도 팬들은 환호했다. 연령별대표팀에 소집될 때는 창의적인 패스나 드리블을 선보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가 발목을 잡았다. 18세 미만 선수들의 해외이적을 금지하고 있는 FIFA의 규정 탓에 가시밭길을 걸었다. 2013년부터 경기 출전은 물론이고 훈련도 할 수 없었다. 징계가 풀린 건 2016년이었다. 이미 성장은 더뎌졌다. 제대로 뛰지 못한 이들에게 바르셀로나의 성인무대는 버거웠다. 다른 팀으로 눈을 돌려야했다.

이들은 2017년 여름 뿔뿔이 흩어졌다. 장결희는 아스테라스 트리폴리스FC(그리스), 백승호는 지로나FC(스페인), 이승우는 헬나스 베로나FC(이탈리아)와 각각 계약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모두 생소한 구단들이었지만 꾸준히 뛸 수만 있다면 또 다른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유럽 무대에서 자리 잡지 못한 이들은 차례로 국내로 돌아왔다.

장결희가 가장 먼저 복귀했다. 그리스 1부 리그 경기를 뛰어보지도 못한 채 2018년 여름 포항 스틸러스와 사인했다. 2년 계약한 포항에서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지난해 평택시티즌FC(K3)와 계약했지만 1년만 뛰고 선수생활을 접었다. 이후 평택에 위치한 유소년축구단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7년 U-20 월드컵 멤버 시절의 이승우(왼쪽), 백승호. 스포츠동아DB


백승호는 2019년 여름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리그 다름슈타트로 이적한 뒤 지난해 4월 전북 현대에 둥지를 틀었다. 입단 과정에서 유소년 시절 지원금을 제공한 수원 삼성과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아 논란을 낳기도 했지만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확실하게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우승을 경험하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눈에 들어 국가대표팀에도 선발되는 등 K리그 복귀가 전화위복이 됐다.

베로나에서 2시즌 동안 리그 37경기 2골에 그쳤던 이승우는 신트트라위던(벨기에)~포르티모넨스SC(포르투갈)~신트트라위던을 거치면서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마지막 남은 선택지는 K리그였다. 지난해 말 수원FC와 계약한 그는 11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후회하지 않도록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며 각오를 밝혔다. 신동 소리를 듣던 이승우와 백승호의 맞대결은 벌써부터 관심을 모은다.

20대 중반인 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가혹할 정도로 많은 시련을 겪었다. 좋은 일보다는 아픈 기억이 더 많았을 것이다. 화려하게 꽃을 못 피웠다고 실패한 것은 아니다. 아직은 젊다. 기회는 또 온다. 선수든 지도자든 국내에서 열리는 축구인생 2막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담고 있다. 처음 스페인으로 축구유학 떠날 때의 부푼 꿈을 되새기며 새롭게 각오를 다지기를 바란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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