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드림’ 위해 결혼식도 미룬 산타나 영입 비화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2-02-08 13: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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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산타나. 스포츠동아DB

IBK기업은행 달리 산타나(26)에게는 지난해 11월 27일 레베카 라셈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결정됐을 때만 해도 의문부호가 붙었다. 팀의 연패와 내홍 속에 감독과 단장을 동시에 경질하고 고작 6일 뒤 택한 외국인선수였다. 팀에 합류하기까지 시간이 한참 남은 상황에서 왜 그리 급하게 교체를 발표했는지, 누가 선택했는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다. 당장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몸 상태도 아니어서 “왜 저런 선수를 뽑았느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산타나의 영입에 관여했던 에이전트인 유나이티드스포츠 진용주 대표가 그동안의 비화를 털어놓았다. 먼저 산타나 영입을 결정했던 주체는 서남원 전 감독이었다. 라셈이 기대한 만큼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자 서 전 감독은 즉시 플랜B를 찾았다. 김희진을 라이트로 돌리고 라셈을 레프트로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실행이 어려웠다. 대안으로 레프트 포지션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눈을 돌렸다. 피지컬이 뛰어난 몇몇 선수가 후보군이었다. 산타나는 3번째 후보였다. 아쉽게도 시즌 도중이라 원했던 선수들은 소속팀에 많은 보상금을 주고 데려와야 했다.


결국 소속팀이 없는 산타나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산타나는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거쳐 터키리그의 터키항공에서 활동하다 부상으로 팀을 떠난 상태였다. 무적 신분이라 보상금도 없었고, IBK기업은행이 원하면 언제든 움직일 수 있었다. 서 전 감독이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결정적 조언을 한 이가 김호진 전 사무국장이었다. 그는 2016년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트라이아웃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이정철 감독의 최종 선택은 레프트 메디슨 리쉘(등록명 메디)이었다. 이 때 마지막까지 메디와 경쟁했던 선수가 바로 산타나였다.

IBK기업은행 산타나. 스포츠동아DB


공교롭게도 메디는 터키항공에서 산타나와 함께 뛰었다. 메디로부터 V리그 얘기를 많이 들었던 산타나는 ‘코리안 드림’을 꿈꿨다. 그래서 2021~2022시즌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했지만 선택받지 못했다.


진 대표는 즉시 메디에게 연락해 산타나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직접 한국행 의사를 타진했다. 미국에서 재활 도중 예비 남편(발레리우 구추)을 만나는 행운을 잡은 산타나는 폴란드리그의 팀과 막 가계약한 상태였다. 재활을 마치면 다음 시즌부터 선수생활을 재개할 생각으로 12월 3일 결혼식까지 앞두고 있었다. 산타나는 결혼까지 미루고 한국행을 결정했다.


한국에 도착해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않은 산타나는 약혼자와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산타나는 구단이 준비한 숙소로 직행해 자가격리에 들어갔지만, 약혼자는 다른 격리시설로 가야 했다. 두 사람이 부부임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 미스터월드 몰도바대표 출신으로 유명한 재활 트레이너였던 약혼자가 산타나와 함께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는 기사가 떴다. 이것을 본 방역감독관이 먼저 구단에 연락해 두 사람이 함께 자가격리를 거쳐도 된다고 알렸다. 떨어져서 지낸지 사흘만의 일이었다. 즉시 숙소를 옮긴 약혼자는 산타나가 정상적으로 몸을 만들 수 있도록 열심히 도왔다.

IBK기업은행 산타나. 스포츠동아DB


갈비탕, 라면, 양념갈비 등 유난히 한식을 좋아했던 산타나는 감량기간 동안 피나는 노력을 했다. 1월 15일 흥국생명전에서 모처럼 활약하자 진 대표는 산타나에게 다양한 색깔의 마카롱을 선물로 줬다. 산타나는 고마워하면서도 “지금은 감량기간이라 먹고 싶지만 참겠다”고 말했다.


기량과 몸 상태에 반신반의했던 김호철 감독과 케미도 돋보인다. 김 감독은 “1월말까지 몸은 만들라”며 데드라인을 정해줬는데, 산타나는 이를 지켰다. 외국인선수가 제 역할을 못해주면 그 기간 토종 선수들의 눈치도 봐야 하는데, 산타나는 빼어난 친화력으로 잘 넘겼다.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못해도 결코 밉지 않은 산타나를 좋아했다. 산타나는 특히 김 감독을 신뢰했다. 2일 도로공사전 도중 두 사람이 이탈리아어로 대화하는 장면에서 드러났듯 급하면 직접 소통하며 차곡차곡 믿음을 쌓았다. 5월로 결혼식을 미룬 산타나의 새로운 코리안 드림은 V리그에서 오래 선수생활을 지속하는 것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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