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빅3’의 2021년 실적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 속 보복소비의 여파로 백화점이 호실적을 기록했고, 롯데쇼핑이 경쟁사 대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올해 적극적인 실적 반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 대전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 내부, 롯데마트의 플래그십 매장 ‘제타플렉스’(왼쪽부터).사진제공|현대백화점·신세계·롯데쇼핑
유통 ‘빅3’ 2021년 실적 들여다보니…
신세계·현대百 매출 2조원 돌파
해외여행 대신 명품…매출 견인
매출·영업이익 감소한 롯데쇼핑
올해 제타플렉스·맥스로 승부수
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빅3’가 2021년 실적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보복소비의 여파로 백화점이 호실적을 냈다. 특히 롯데쇼핑이 경쟁사 대비 부진한 모습을 보여 올해 반격에 나설 태세다.신세계·현대百 매출 2조원 돌파
해외여행 대신 명품…매출 견인
매출·영업이익 감소한 롯데쇼핑
올해 제타플렉스·맥스로 승부수
●명품 바람 타고 백화점 매출 고공행진
먼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매장인 백화점의 성장이 눈에 띈다. 유통 빅3의 백화점 매출은 평균 16.3% 신장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매출을 넘어서며 2조 원대 진입에 성공했다.
신세계백화점의 2021년 매출은 2조31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622억 원으로 무려 101.6% 뛰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매출 2조103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3.3% 늘어난 3048 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도 매출 2조8880억 원, 영업이익 3490억 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8.8%, 6.4% 소폭 증가한 수치다.
백화점 매출 신장은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힌 상황에서 해외여행에 쓰일 돈이 대거 명품 구매로 전환된 ‘보복소비’가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명품 브랜드는 수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오픈 전부터 줄을 서서 명품을 구매하려는 ‘오픈런’ 열기가 식지 않은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코로나19 영향권에 갇혀 본격적인 해외 소비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명품 라인업 강화에 사활을 걸 계획”이라고 했다.
여기에 더현대 서울, 롯데백화점 동탄점, 대전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 등 신규 점포 오픈을 통해 대대적인 변화 및 오프라인 혁신에 나서며 소비의 큰 손으로 떠오른 2030 MZ세대를 적극 공략한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반등의 원년 선언한 롯데쇼핑
2017년 이래로 5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감소한 롯데쇼핑의 행보에도 관심이 간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15조5812 억 원, 영업이익은 215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37.7% 줄었다. 백화점에서는 선방했지만 마트와 e커머스(전자상거래) 부문에서 부진하며 실적을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매출은 5조716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했고, 영업적자는 3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늘었다. e커머스 롯데온 매출은 108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5% 줄었고, 영업적자도 15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확대됐다.
타사 대비 저조한 실적으로 체면을 구긴 만큼, 롯데쇼핑은 올해를 실적 반등의 원년으로 삼고, 각 사업부의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실적 반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의 경우, 새 비전을 제시한 플래그십 매장 ‘제타플렉스’로 승부를 건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다 있다’는 콘셉트를 앞세워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으로 꼽히는 와인, 식품, 리빙, 펫 등을 강화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을 집약해 고객이 찾아오고 싶은 매장을 만드는 게 목표다.
여기에 창고형 할인점 빅(VIC)마켓의 간판을 ‘맥스(Maxx)’로 바꾸고, 창고형 할인점 사업을 강화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콕족(집에 콕 박혀있다는 뜻)’이 늘면서 대용량 상품과 함께 가성비 중심의 합리적 소비트렌드의 확장이 창고형 할인점의 성장을 견인하는 것에 영향을 받았다.
롯데온은 ‘장보기 서비스 2.0’을 통해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롯데마트 및 롯데슈퍼 등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한 다양한 배송 서비스를 앞세운 게 핵심이다.
또 지난해 한샘과 중고나라 등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데 힘입어, 올해는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온·오프라인 상품 경쟁력 강화 및 차별화된 공간 기획 등에서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영준 롯데쇼핑 재무본부장은 “지난해 롯데쇼핑의 실적은 혹독한 체질 개선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며 “올해는 고객에게 즐겁고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유통 혁신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