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지켜지지 않은 코로나19 매뉴얼, 원칙과 현실 사이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2-03-13 1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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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차례의 시즌 중단 사태를 맞은 V리그 여자부가 원칙을 뒤엎고 ‘봄배구’를 강행한다.

26일간 개점휴업에 들어가 당초 한국배구연맹(KOVO)이 정한 매뉴얼대로라면 정규리그는 완주하고 포스트시즌은 취소해야 한다. KOVO 매뉴얼에 따르면 ▲시즌 중단기간이 14~23일이면 정규리그 완주와 일정을 축소한 포스트시즌 강행 ▲23~28일이면 정규리그 완주와 포스트시즌 취소 ▲28일 이상이면 즉시 시즌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

한국도로공사, KGC인삼공사의 집단감염으로 15일간 첫 시즌 중단이 이뤄진 데 이어 GS칼텍스, 현대건설, 인삼공사에 이어 페퍼저축은행에서도 12명 엔트리를 채우지 못하자 11일간 2차 중단이 결정됐다. 이 경우 정규리그 완주 및 포스트시즌 취소를 확정해야 했지만, 11일 여자부 구단 단장들의 긴급 대책회의 끝에 포스트시즌을 축소해 치르기로 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KOVO가 원칙을 무시한 것은 이번이 2번째다. 첫 번째는 지난달 9일 김천에서 벌어질 예정이던 도로공사-현대건설의 5라운드를 경기 시작 4시간 전에 취소한 결정이었다. 당시 현대건설은 감염선수가 3명이어서 규정대로라면 12명의 엔트리가 충족됐지만 의심증상선수가 더 있다는 이유를 들어 경기 연기를 요청했다. KOVO는 고심 끝에 이 요청을 받아들였고, 다른 구단들의 불만을 샀다.

이번에도 원칙을 깼다는 팬들과 언론의 비난을 자초했으나, KOVO는 “현재 여자부 인기상승 유지, 팬 서비스 제공 등을 고려했다. 팬들께 마지막까지 최선의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7개 구단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KOVO는 다음 시즌을 위한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국가대표팀 소집일정 등을 고려해 4월 중순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2021~2022시즌을 마쳐야 한다. 이런 가운데 팀마다 처한 사정이 달라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특히 이번 시즌을 끝으로 새 판을 짜려는 몇몇 구단들에는 준비시간이 필요하다. 감독과 계약이 만료되는 흥국생명과 인삼공사의 경우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다르겠지만 새 사령탑을 선임하기로 결정하면 지금과 같은 시즌 중단은 난감하다. 2년 전 시즌 조기 종료의 기억이 생생하기에 KOVO로선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를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2021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의 코로나19 규정(6명 이상 출전 가능하면 경기 강행)을 참조해 KOVO가 좀더 엄격한 시즌 중단 매뉴얼을 만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가운데 이제 남은 것은 확진선수 추가 발생 여부다. KOVO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포스트시즌이라는 상징적 잔치를 살리고 싶어 하지만 상황은 유동적이다. 하루에 코로나19 확진자가 40만 명 가까이 나오는 등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그동안 피해가 없었던 구단에서 추가로 감염선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 경우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앞으로 며칠이 그래서 중요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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