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트 태권V’ 김청기 감독 “나의 분신 ‘태권V’, NFT로 오래 기억되길” [인터뷰]

입력 2022-03-1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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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브이)’를 탄생시킨 김청기 감독(위)이 46년 만에 캐릭터의 PFP NFT(Profile Picture 대체불가토큰)를 새롭게 내놨다. 아래 사진은 김 감독이 PFP NFT 론칭을 기념해 직접 그린 ‘로보트 태권V’ 스케치. 사진제공|NFT매니아

‘PFP NFT로 재탄생’ 로보트 태권V의 아버지 김청기 감독

NFT매니아와 ‘태권V PFP NFT’ 22일 론칭
수익금 산불 이재민·전쟁 피해자 기부 계획

“디지털 세계와의 만남, 더 많은 상상을 해요
단 하나뿐인 태권V 프사 써준다면 재밌을것”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날아라! 날아 태권브이/정의로 뭉친 주먹 로보트 태권/용감하고 씩씩한 우리의 친구/두 팔을 곧게 앞으로 뻗어/….

1970∼80년대 추억의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브이)’ 주제곡이다. 아직도 노래가 생생하다면 당신은 ‘옛날 사람’이 아니라 추억이 많은 사람이다. 1976년 김청기 감독이 만든 작품은 한국을 대표하는 로봇 애니메이션으로, 당시 서울에서만 18만여 관객을 모으며 한국영화 흥행 2위에 올랐다.

46년이 지나 ‘로보트 태권V’가 PFP(Profile Picture) NFT로 새롭게 태어난다. 추억 속에서만이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서 캐릭터를 실제로 ‘나만의 영웅’으로 간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PFP NFT는 프로필 사진 형태로 만들어진 ‘대체불가토큰’으로, 사용자들이 SNS에서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할 수 있다.

김청기 감독이 국내 NFT 오픈마켓 플레이스 NFT매니아와 손잡고 ‘로보트 태권V’의 PFP NFT를 22일 론칭한다. 김 감독과 NFT매니아는 판매 수익금을 경북 울진·강원 삼척 등 대규모 산불 피해 이재민을 위한 구호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또 전쟁 피해를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위해서도 수익금을 내놓는다. 이에 앞서 스포츠동아와 서면 인터뷰에서 김 감독은 “색다른 일을 시도하게 됐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로보트 태권V’ PFP NFT 프로젝트를 선보이게 됐습니다.


“사실 요즘 이야기하는 메타버스나 NFT 등 디지털 세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요.(웃음) 관심을 가지고 작업 중인 ‘엉뚱산수화’를 디지털로 NFT화하자고 했을 때도 잘 몰랐어요. 열심히 따라가 보려고 젊은 친구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죠. 그러는 사이 용어의 한계를 뛰어넘어 점점 더 많은 상상을 해보게 되더군요. PFP가 ‘Profile Picture’의 약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젊은 친구들과 ‘태권V’ 팬들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태권V’를 나만의 프로필 사진으로 쓸 수 있다면 정말 재미있는 일들이 생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976년 ‘로보트 태권V’를 처음 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1960∼70년대엔 일본문화에 대한 저항감이 컸어요. 아이들이 만화를 보다가 나중에 일본 것인 줄 알았을 때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게다가 당시 TV에서 방영한 ‘마징가 Z’를 우리 것인 줄 알고 열광하는 아이들에게 뭔가 자부심을 줄 수 있는 만화영화를 준비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한국의 월트 디즈니가 되겠다는 의욕도 있었고요. 1967년 ‘황금박쥐’ 제작에도 참여한 경험이 있어 자신감이 있었죠.”

당시 김 감독의 사무실은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있었다. 창밖의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보면서 그 이미지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로봇이나 기계인간에 대한 신비감이 한창 피어올랐다. 김 감독은 포클레인만 봐도 신기해하던 때였다고 돌이켰다.

“1973년 세계태권도본부 격인 국기원이 문을 열고, 군대에도 태권도가 보급되던 시절이었어요. 우리의 주인공 로봇이 고유 무술인 태권도를 하면 어떨까 상상해봤습니다. 그래서 태권도를 하는 주인공(김훈)과 일심동체인 ‘로보트 태권V’가 탄생하게 되었죠.”


-‘로보트 태권V’의 의미가 남다를 텐데, 어떤 존재일까요.

“저에겐 아들이 셋이 있어요. 첫째가 ‘로보트 태권V’, 둘째가 ‘똘이 장군’, 셋째가 ‘우뢰매’죠. 모두 자식 이상이죠. 어쩌면 제 실제 자식보다도 더 오래 살아있을 것 같아요. 대한민국이 있는 한 태권도는 영원할 것이고, 언젠가는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로보트 태권V’를 만들어 지구의 평화를 지켜줄 것 같아요. 제 자식, 제 분신 이상의 존재입니다.”


-앞으로 ‘로보트 태권V’ PFP NFT의 성장 가능성과 기대감은 어떤가요.


“최근 40주년을 기념해 ‘로보트 태권V’를 산수화로 만들었어요. 단순한 권선징악 이상의 ‘로보트 태권V’ 세계관을 산수화로 다시 작업하면서 ‘디지털과 아날로그 세계의 만남’에 대해서, 그리고 ‘영원한 것과 소멸하는 것들’에 대해서, ‘제가 살아온 인생과 소중한 자연’에 대해서 많은 상상을 합니다. ‘우주와 지구’ 등 아직도 애니메이션 속에 사는 주인공처럼요.”

이정연 기자 annjoy@dona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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