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타를 위한 효도 선물과 전 세계 물류대란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2-03-21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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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타가 선물한 신발을 신고 단체사진을 찍은 KB선수단

2시즌 연속 ‘봄배구’ 진출을 위해 총력전에 나선 KB손해보험은 한동안 전 세계의 물류대란 소식에 걱정이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화물의 해외운송이 어려워지고, 비용마저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속사정이 있었다. 지난 시즌 후 팀의 복덩어리 외국인선수 케이타는 서아프리카의 고국 말리를 찾았다. 모처럼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할 때 눈에 밟히는 게 있었다. 집에 있는 낡은 가전제품이었다. KB손해보험이 마련해준 수원의 고급 아파트에서 대한민국의 최첨단 가전제품을 사용하다보니 부모님에게도 이런 풍요로움을 선물해드리고 싶어졌다. 효자인 케이타의 소박한 소원은 KB손해보험 동료들에게도 알음알음 전해졌다. 선수들은 케이타를 위해 마음을 모으기로 했다.

시즌 도중 휴식일을 이용해 김학민 코치가 대형 가전제품매장으로 케이타를 직접 데려갔다. 김 코치는 “선수들이 너의 꿈을 위해 가전제품을 아프리카 집으로 보내주려고 한다. 원하는 제품을 모두 골라라”고 했다. 생각도 못했던 선물에 케이타는 감동했다. 연신 “고맙다”며 대형 TV 2대와 냉장고를 선택했다. 모두 최고사양으로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KB손해보험 케이타. 스포츠동아DB


동료들의 정성어린 선물에 케이타도 그냥 있지 않았다. 자신도 뭔가를 보답하고 싶었다.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모두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고 했고, KB손해보험 선수들과 스태프는 케이타의 선물인 신발을 받고 기념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주고받는 선물 속에 팀워크는 더욱 단단해졌다. 케이타가 시즌 도중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결장하지 않고 제 역할을 다 하겠다고 고집을 부린 것은 이런 끈끈한 동료애가 바탕에 있어서였다.


선물은 샀고 이제 남은 숙제는 그 가전제품들을 말리까지 무사히 배송하는 일이었다. 구단은 대형 가전제품을 보낼 방법을 여러모로 수소문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는 물류대란이었다. 항공화물비용도 터무니없이 올랐다. 평상시라면 상상도 못할 정도의 상당한 금액이었다. 더욱이 원한다고 제 때에 보낼 방법도 많지 않았다.


구단은 대형화물 배송방법을 열심히 알아본 끝에 항공화물로 말리까지 간신히 도착시켰다. 이제 마무리는 말리의 배송환경에 달려있다. 언제 케이타의 집까지 제대로 배달될지는 알 수 없다. 시즌을 마치고 그가 집에 가기 전까지는 무사히 도착하길 바라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외국인선수들에게 V리그는 홀로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 힘든 곳이지만, 달콤한 대가도 분명 있다. 월급이 정해진 시간에 꼬박꼬박 통장으로 입금되고, 구단과 선수단 모두가 에이스로 대우해주는 것도 매력적이다. 또 있다. 한국 특유의 정(情) 문화다. 외국인선수라고 배척하지 않고, 모두가 잘 해주려 노력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감동을 안긴다.


이번 시즌 후 다음 행선지를 결정해야 할 케이타를 잔류시키기 위해 KB손해보험은 적극적이다. 구단은 케이타의 부모를 초대해 아들이 팀에서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인지도 보여주려고 한다. 지난 시즌에도 추진했지만, 아버지가 예약된 비행기를 타지 못해 취소됐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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