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레오. 스포츠동아DB
알렉스(포르투갈)의 부상이 발단이었다. 16일 대한항공과 6라운드 경기 도중 무릎을 다친 그는 다음 날 검사에서 무릎 연골 반월판이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분간 경기 출전이 어렵게 된 것이다. 정규리그는 물론이고 포스트시즌(PS)을 준비해야할 우리카드로서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결단을 내려야했다. 구단은 ‘대체 외인 영입’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알렉스도 수긍했고, 그와의 계약도 해지됐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시도해야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당장 보탬이 되는 자원이 필요했다. 최종 영입 대상은 후보 3명 중 러시아 리그에서 뛰고 있는 레오였다. 그는 이미 V리그를 경험했다. 2019~2020시즌 OK금융그룹에서 한 시즌을 뛰며 서브 1위(세트당 0.628개)에 올랐다.
영입 작전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18일 에이전트를 통해 의향을 물었다.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다음날부터 양 구단 간 협상이 진행됐다. 바이아웃 조항을 적용해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여건은 우리카드 편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레오의 조국인 크로아티아는 러시아에서 뛰는 선수들의 귀국을 도왔다. 18일 경기 출전을 마지막으로 레오는 20일 크로아티아로 돌아갔다. 거기서 3일간 각종 행정 절차를 밟았다.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은 23일 저녁이었고, 24일 오후 국내에 입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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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 규정이 바뀐 것도 한몫했다. 21일부터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의 7일간의 자가 격리가 면제됐다. 이에 따라 레오는 25일 상견례와 함께 이틀간 팀 훈련을 가진 뒤 27일 한국전력과 6라운드 경기에 선발로 투입됐다. 구단과 에이전트의 노력 덕분에 불과 1주일 만에 외인 영입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레오의 복귀전은 합격점이었다. 초반 세터와 호흡에 문제가 드러났으나 경기를 할수록 좋아졌다. 공격성공률은 1세트 30%에서 2세트 50%→ 3세트 50%→ 4세트 80%로 증가했고, 29점의 준수한 기록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특히 에이스 2개를 기록한 서브가 돋보였다. 회전이 많고 강해 상대가 리시브하기 까다로운 구질이었다. 신영철 감독은 “연습 때보다 괜찮은 것 같다. 서로 대화가 잘 통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레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V리그에 복귀해서 기쁘다”면서 “난 한국 음식과 문화를 좋아한다. 한국은 선수가 오직 배구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준다”며 포스트시즌 활약을 약속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