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우천취소 민감했죠” 롯데 박세웅, 비 온 뒤 더 만개한 에이스 [베이스볼 피플]

입력 2022-04-04 1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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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박세웅. 스포츠동아DB

“부상 때문에 2년을 제대로 못 던졌으니까요.”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27)은 2020년부터 2시즌 연속으로 규정이닝을 채웠다. 지난 시즌에는 163이닝을 던졌다. 외국인투수를 포함해도 전체 10위, 국내투수 중에선 2위에 해당한다.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는 18회로 전체 6위, 국내투수 2위다. 사실상 외국인투수들과 이닝소화력을 겨룬 것이나 다름없었다.

박세웅은 2017년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12승6패)를 챙겼지만, 팔꿈치 부상과 수술의 여파로 이후 2년 동안은 고전했다. 당시의 아픔은 지금의 박세웅을 만든 원동력이다. 그는 “부상 때문에 2년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며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르는 동안에는 내가 던질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에이스로 거듭나는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구종 연구 등 기술적 면에서도 깨달음이 필요했다. 2020년에는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려고 했지만, 지난해에는 반대로 단순화했다. 그는 “사실 2년 전에는 생각만큼 성적을 못 냈다. 고민이 많아지면서 옛날에 던진 구종까지 끄집어냈다”며 “하지만 잘 던질 수 있는 공을 예리하게 다듬는 게 맞았다. 구종이 많으면 연습 때도 한정된 투구수 안에서 구종별 연마 횟수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외부 요인도 적지 않았다. 그 중 박세웅을 유독 괴롭힌 것은 비다. 지난 시즌 우천취소로 등판 날짜를 미룬 경우가 유독 많았다. 등판한 날이면 경기 도중 비가 내려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올해는 시범경기 첫 등판도 하루 밀렸다. 박세웅은 “시범경기 때도 비가 내리더라”며 웃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등판 일정에 차질이 적지 않았어도 꾸준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박세웅은 비가 와도 예정된 루틴을 소화한다”고 밝혔다. 이제는 경험이 더 쌓였다. 박세웅은 “어릴 때는 비가 오면 조금 민감해했다. 그래도 루틴은 늘 지켰다. 다만 이제는 강박을 갖고 지키려 하진 않는다. 스스로 컨디션을 확인해가며 유연하게 대처한다”고 말했다.

지난 2년의 밑거름은 박세웅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올 시즌 첫 등판이었던 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또 한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5.1이닝 1실점의 역투에도 팀의 3-4 패배로 웃진 못했지만, 전보다 강해진 공만큼은 분명 돋보였다. KBO 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박세웅은 1회말 이정후를 상대로 시속 150.9㎞의 직구를 뿌렸다. 2021년 찍은 시속 150.7㎞를 뛰어넘는 개인 최고 구속이다.

박세웅은 8~10일 사직구장에서 열릴 두산 베어스와 홈 개막 3연전을 준비한다. 그는 “그동안 무관중 상태에서 연습경기 같은 시즌을 보내왔다. 이제는 팬들이 와주신다. 관중석이 들어찰 테지만 긴장감은 크지 않다. 신인 때부터 큰 경기에서도 크게 긴장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올해는) 팬들의 함성을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렌다”며 홈 등판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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