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반전 일군 김진규의 인생골…전북, 아시아 정상의 꿈 이어가다

입력 2022-08-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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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김진규. 사진제공| K리그

1-1로 팽팽하던 연장 후반 6분, 전북 현대 벤치가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111분간 사력을 다했던 맹성웅 대신 김진규를 투입했다. 같은 포지션(중앙미드필더)간의 교체였으나, 노림수는 분명했다. 안정이 아니라 전방에 무게를 싣겠다는 포석이었다.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투입 10분 만에 김진규의 발끝에서 결승골이 터졌다. K리그2(2부) 부산 아이파크에서 뛰다 3월 전북에 합류한 자신의 진가를 입증한 ‘인생골’이었다.

전북은 18일 일본 사이타마 고마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에서 대구FC를 연장 혈투 끝에 2-1로 잡고 8강에 올라 아시아 클럽 정상의 꿈을 이어갔다.
무척 부담스러운 승부였다. 최근 전북은 K리그1(1부)에서 흐름이 좋지 않았다. 선두 울산 현대보다 1경기를 더 치르고도 승점 6이 뒤진다. 만약 21일 울산이 김천 상무를 꺾는다면 9점차로 크게 벌어진다.

다행히 ACL 무대는 달랐다. 최근 리그 4연패, 10경기 연속 무승(5무5패)으로 강등권까지 내려앉은 대구에 고전했지만 결실을 얻었다. 전북이 항상 어려워했던 승부차기도 피해 훨씬 만족스러웠다.

전반을 득점 없이 마친 뒤 후반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마자 강하게 상대를 몰아붙인 전북은 1분도 채 지나기 전에 오른쪽 날개 한교원의 크로스를 최전방의 송민규가 선제골로 연결했다. 리그 2경기에 이은 3경기 연속골.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후반 11분 후방으로 넘어온 볼을 베테랑 중앙수비수 윤영선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어느새 문전에 당도한 대구 제카의 오른발 슛이 전북 골키퍼 이범수의 가랑이 사이로 빠졌다.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모친상을 치르고 팀에 합류하자마자 일본 원정에 동행한 전북 윙어 모 바로우가 슛을 시도하면, 대구 김진혁이 과감한 헤더를 날리며 팽팽한 균형을 이어갔다. 승부가 연장으로 접어들자 전북은 큰 폭의 변화를 줬다. 선제골을 합작한 송민규와 한교원을 빼고, 구스타보와 문선민을 투입했다. 연장 후반에도 김진규를 투입했는데, 이 전략이 통했다.

경기 내내 주력한 왼쪽 측면 공격에서 결승골이 나왔다. 바로우의 크로스를 문선민이 머리로 받아줄 때, 구스타보가 몸을 던져 대구 수비의 볼 처리를 방해했고 김진규가 놓치지 않았다. 김진규는 올 시즌 정규리그 18경기에서 1골·1도움에 그쳤으나, 스스로 반전을 만들며 남은 시즌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모두 단단히 뭉쳤다. 도전하고 압박해 이기겠다”던 김상식 전북 감독의 다짐이 결실을 맺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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