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주종혁 “‘권모술수’ 수식어, 인생 최고 선물” [인터뷰]

입력 2022-08-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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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BH엔터테인먼트

“엇, ‘권모술수’다!”

배우 주종혁(31)이 나타나자 주변이 순식간에 술렁인다. 일부는 조용히 휴대전화로 그의 모습을 담기 바쁘다. ‘권모술수’는 최근 종영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에서 그가 연기한 권민우 캐릭터의 별명이다.

그는 “올해 초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풍경”이라면서 “사람들이 알아보는 건 아직도 영 적응이 안 된다”며 미소를 지었다. 드라마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박은빈)를 시기하는 동료 변호사로서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찍은 덕분에 찾아온 변화이다.

“처음이지만 즐거운 일들의 연속”이라는 주종혁은 이름 석 자가 새겨진 명함 한 장을 수줍게 내밀었다. 배우가 명함을 건네는 경우는 드물다는 말에 권민우는 “매사에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통했나보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내게는 천운인 ‘우영우’”

우영우(박은빈)부터 같은 변호사 동료인 최수연(하윤경)까지, 온통 착한 캐릭터로 채워진 드라마에서 그가 연기한 권민우는 유일하게 ‘악역’으로 꼽히는 인물이었다. 주종혁은 “사실 처음부터 권민우 캐릭터를 연기하길 바랐다”며 고백했다.


Q. ‘권모술수 권민우’가 시청자의 미움을 제대로 샀다.
“극본을 받자마자 눈에 들어온 캐릭터였어요. 권민우가 유일한 얄미운 캐릭터라서 정말 매력 있게 그리고 싶었죠. 극중 헤어스타일과 의상 콘셉트는 제가 오디션에 하고 간 복장 그대로예요. 권민우를 상상하면서 스프레이로 ‘포마드 헤어스타일’을 하고, 정장을 차려입은 채 갔거든요. 그게 제작진의 마음에 들었는지 천운처럼 캐스팅이 됐어요.”


Q. ‘우영우’ 이후 변화를 체감하나.

“어딜 가나 이름보다 ‘권모술수’로 불리는 게 자연스러울 지경이에요. 데뷔 이후 8년 동안 힘껏 응원해준 친구들이 온 마음으로 축하해주는 걸 보며 새삼 ‘나 그래도 잘했구나’ 실감하고 있죠. 가끔은 ‘내가 만약 권민우였다면 오히려 우영우를 곁에 두고 서로 윈윈하는 관계가 됐을 텐데’하는 상상을 하곤 해요. 하하!”


Q.시즌2는 어떻게 될 것 같나.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눈 것은 없지만 불러주신다면 당연히 달려가야죠. 막바지에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권민우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요? 그가 우영우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지, 아니면 ‘권모술수’로 남을지 저도 궁금합니다.”


●“새 별명 얻는 그날까지!”

중학생 무렵 2년간 필리핀에 체류한 후 21살까지 5년여 간 뉴질랜드에서 유학한 이력이 독특하다. 오클랜드대학 호텔경영학을 전공하다 중퇴한 그는 “총천연색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연기의 세계에 홀린 듯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Q. 최근 인기를 모으면서 데뷔 일화도 화제가 됐다.
“2015년 아르바이트 삼아 MBC 신사옥 홍보 영상에 출연하게 됐고, 이후에는 다양한 독립영화를 찍었어요. 그러다 2020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계열 매니지먼트사 통합 오디션인 ‘카카오M 액터스’에서 1등을 하고 정식 데뷔하게 됐죠. 당시 경쟁률이 700대 1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어요.”


Q.특히 힘이 되어준 친구가 있다면.

“‘1일 1영통’하는 배우 이홍내부터 박성준, 장재호 등 8명 정도가 똘똘 뭉쳐서 서로를 돕고 있어요. 오랜 유학 생활로 인해 한국에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데다 연기를 전공한 것도 아니라서 처음엔 어려운 점이 많았죠. 독립영화를 찍으며 만난 이 친구들이 제게는 선생님이자 지원군이었어요. 지난해에는 OCN ‘경이로운 소문’으로 (이)홍내가 잘 됐고, 이번엔 제가 이름을 알렸으니 친구들이 기세를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Q.호텔경영학도에서 연기를 선택한 이유는?

“태권도장을 운영하시는 아버지께서는 항상 ‘세상을 넓게 보라’고 가르치셨어요. 덕분에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했죠. 군 복무를 위해 21살 무렵 한국으로 돌아왔고, 전역 이후에는 서울의 한 바에서 바텐더로 2년간 근무했어요. 호주의 유명한 크루즈에서 채용 제안을 받기도 했죠. 좋은 환경과 연봉을 보장 받았는데도 이상하게 카메라 앞에 선 순간들을 잊지 못하겠더라고요. ‘이거다!’ 싶었죠. 그렇게 25살에 뒤늦게 연기에 길에 뛰어들었어요.”


Q.돌아보니 잘 걸어온 것 같나.

“네. 적어도 잘못된 방향으로 걷고 있는 건 아니라는 확신이 들어요. ‘우영우’도 이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고요. 무엇보다 ‘행복하게 살자’는 저만의 소신을 저버리지 않아 다행입니다. ‘우영우’를 마쳤으니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죠.”


Q.이후 목표는?

“일단 열심히 오디션을 봐서 새로운 작품에 합류하는 것! 저도 제 미래가 궁금해서 설렙니다. ‘권모술수’라는 별명을 얻었던 것처럼 또 한 번 독특한 캐릭터를 만나서 새 수식어를 얻는다면 더할 나위 없죠. 질리지 않고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면 언젠가는 ‘별명 수집가’가 되어있지 않을까요? 하하하!”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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