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울산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울산 이호가 은퇴식을 치르며 가족 및 구단 관계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울산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킥오프 전 홍명보 울산 감독은 “매 경기 이렇게 부담 없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16일 강원FC와 원정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두고 조기에 우승을 확정한 터라 이날은 느긋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긴장을) 또 올리라고 할 수 없었다. 가장 좋은 선택지를 찾아 경기하자고 이야기했다”는 홍 감독이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출전 여부를 떠나 시즌 내내 헌신한 베테랑들을 잊을 수 없었다. 부담과 스트레스에 눌린 후배들을 늘 감싸고 독려해준 이호(38), 박주영(37) 등 고참들과도 추억을 공유하고 싶었다.
특히 플레잉코치로 뛴 미드필더 이호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결정했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염두에 두고 FC서울을 떠나 울산 유니폼을 입은 골잡이 박주영도 미래를 고민할 타이밍이다. 홍 감독은 “둘은 투입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렇게 전반 36분 이호가 홈팬들의 큰 갈채 속에 피치를 밟았는데, 공교롭게도 최고참의 투입으로 기세가 오른 울산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북 현대 시절인 2016년 이후 6년 만에 공식경기에 나선 그는 후회 없이 떠나게 됐다. 박주영도 후반 32분 출격해 팀 역사에 기억될 경기를 함께 했다.
마치 2012런던올림픽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2012년 8월 10일 카디프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한·일전으로 열린 대회 동메달결정전에서 ‘홍명보호’는 2-0 완승으로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땄다. 승부가 결정된 후반 44분, 앞서 1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던 김기희를 교체 투입해 모두에게 병역 혜택을 선물한 것처럼 홍 감독은 이날도 ‘베테랑 총투입’이란 마지막 미션까지 깔끔히 해결했다.
울산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