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오원석. 스포츠동아DB
2007년 정규시즌을 1위로 마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는 두산 베어스와 KS 1, 2차전을 모두 내줬다. 홈구장에서 2연패한 뒤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다. SK는 3차전에서 그 해 12승(4패)을 거둔 외국인투수 마이크 로마노를 앞세워 9-1로 이겼지만, 시리즈 전적은 1승2패로 여전히 벼랑 끝에 몰린 듯했다.
김성근 전 SK 감독이 4차전 선발투수로 꺼낸 카드는 김광현이다. 당시 김광현은 20경기(선발 13경기)에서 3승7패, 평균자책점(ERA) 3.62에 불과한 신인이었다. 시즌 막판 투구 컨디션이 매우 뛰어났다고는 해도, 포스트시즌(PS)에는 단 한 번도 뛴 적이 없는 초보였다. 더욱이 두산은 당시 22승5패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다니엘 리오스를 4차전 선발로 내세웠다.
그러나 다윗이 골리앗을 꺾었다. 김광현은 7.1이닝 1안타 무4사구 9탈삼진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로 시리즈의 반전을 이끈 영웅이 됐다. 그 후 10년 넘게 한국야구를 이끈 에이스는 이 때 탄생했다. SK는 5, 6차전까지 잇달아 승리해 구단 최초로 KS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당시 주장이었던 김원형 SSG 감독은 “지금이야 (김)광현이를 KS 선발투수로 낸다고 할 때 의문을 제기할 사람이 많지 않겠지만, 그 땐 의아해한 분도 적잖았다. 어찌 보면 모험적 성향이 강한 수였던 것”이라며 “그 때 그 의외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이제는 모두가 안다”고 돌아봤다.
‘만 19세의 김광현’은 SSG 젊은 선수들에게는 교본 같은 존재가 됐다. 그 중 김광현을 우상으로 둔 오원석(21)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오원석은 “과거 우리 팀이 우승했을 때 다큐멘터리 동영상을 자주 찾아본다. 볼 때마다 소름이 돋는데,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웅장해진다”며 “광현 선배님은 우리 나이로 스무 살일 때 KS에서 중압갑을 이겨내고 잘 던지지 않았나. 정말 대박”이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오원석 역시 이번 KS가 첫 PS 무대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3주간 연습경기 등으로 투구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26, 29일 연습경기에선 3~4이닝 투구로 예열했다. 오원석은 “PS는 처음이다. 어떻게 보면 첫 PS를 KS로 한다는 것만으로 큰 복을 받은 것일 수 있다. 그래서 기대도 되지만, 걱정도 반”이라며 “이미지 트레이닝도 해가며 준비하고 있다. 선배들에게 조언도 듣는다. 중요도가 큰 단기전이라서 긴장도 될 것 같은데, 나는 오히려 몸이 저절로 풀릴 것 같기도 하다”고 내다봤다.
오원석은 또 “내 나이 정도였을 광현 선배님을 생각해보면, 그에 비해 나는 발톱의 때만큼도 안 될 것 같지만, 아마 선배님도 조금은 긴장하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그 때 나도 긴장했다’고 할 것 같다(웃음). 나도 긴장을 적당히 즐겨야 할 것 같다”며 “이번 KS에서 감독님께서 내게 언제 기회를 주실지 모르겠지만, 내게 주신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