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서 만나는 황금빛 일몰의 감동 [김재범 기자의 투얼로지]

입력 2022-11-04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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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서 본 남열해돋이 해수욕장의 일몰. 원래 이름처럼 해돋이 명소로 유명한 곳이지만, 일몰 풍광도 못지않다. 완만하게 움직이며 백사장에 부딪치는 파도와 바다에 점점이 흩어진 크고 작은 섬들, 그리고 그 너머로 황금빛으로 물드는 가을 하늘의 느낌이 참 조화롭다. 고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가을에 떠나는 남도 고흥 나들이

동양화 같은 팔영산·치유의 편백 숲
우주발사전망대서 보는 일몰도 일품
분청문화박물관엔 체험하는 재미도
유자석류축제 한창…이벤트도 풍성
가을이 언제 다가왔나 놀란 것이 불과 며칠 전 같은데, 어느새 훌쩍 뒷모습을 보이며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단풍도 이제 서서히 절정을 지나 하나, 둘 낙엽이 지기 시작한다. 가을 여행을 계획하고도 일상의 분주함 때문에 아직 실행하지 못했다면 반도의 남쪽 끝자락, 고흥으로 떠나는 것은 어떨까. 지금 고흥은 황금빛 일몰의 다도해 바다와 곱게 물든 내륙의 산이 가을 정취를 한껏 담고 있다. 때 마침 지역 특산물 유자를 주제로 한 축제도 코로나 이후 모처럼 성대하게 열린다. 늦가을 여행지로선 제격이다.




●그림처럼 어우러진 여덟 봉우리

점암면과 영남면에 걸쳐 있는 팔영산(608m)은 ‘그림같다’라는 수식어가 참 잘 어울리는 산이다. 이름 그대로 8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인데 산세가 무척 수려하다. 높이와 모양이 저마다 다른 여덟 개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어우러진 모습이 진짜 동양화를 보는 듯 하다.

팔영산의 우아한 자태를 가장 감상하기 좋은 곳은 점암면에 있는 능가사이다. 꽤 오래된 고찰로 신라시대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는 설도 있다. 이곳 대웅전 너머로 팔영산이 자리한 모습이 보이는데 지붕의 곡선과 산의 모습이 어우러지는 자태가 기막히다.

팔영산에는 전국 최대 편백나무 군락인 ‘편백치유의 숲’이 있다. 무려 488ha로 30∼40년생 굵은 편백나무 숲을 따라 10km 정도의 숲길을 갖추고 있다. 숲길이 오밀조밀하고 중간 중간 해먹(그물침대) 존처럼 쉬면서 산림욕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고흥의 랜드마크 팔영산의 여덟 봉우리를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고찰 능가사, 지질에코투어로 딱 좋은 영남 용바위, 지역 대표 특산물 유자가 한창 절정인 고흥유자공원(맨위부터). 고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지엔씨21



●가을 황금빛 일몰 맛집도 여기

고흥10경 중 하나인 영남 용바위는 영남면 우천리 용암마을 해변에 있는 120여m의 바위산이다. 지나온 긴 세월의 자취가 다양한 지층으로 몸에 새겨진 바위산의 모습과 울퉁불퉁 굽이치는 모양새의 해변 반석지대가 무척 이채롭다. 천연기념물인 제주 용머리해안을 축소한 모습이라고 할까. 아이들과 함께 오면 자연과 지리공부로도 좋은 곳이다. ‘고흥 미르마루 탐방로’와 연결되어 인근 사자바위, 용굴을 거쳐 우주발사전망대까지 해변을 끼고 걸어갈 수 있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는 나로우주센터에서 직선거리로 17km 떨어져 있다. 2013년 개관했는데 우주센터의 발사장면과 남해 바다를 모두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 인근 남열 해수욕장은 요즘 서핑 명소로 유명하다. 해변 백사장이 길지는 않지만 참 예쁘게 조성됐다. 원래 해돋이 명소로 인기가 높지만, 우주전망대나 미르마루 탐방로에서 보는 해변 일몰도 그에 못지않다.


●숨겨진 명소, 분청문화박물관

분청문화박물관은 고흥의 숨겨진 명소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국내 최대 분청사기 가마터인 운대리 가마터에 있는데 고흥의 역사문화자원을 전시, 관람, 체험할 수 있다.

이런 류의 지역 전시시설이나 박물관이 거창한 외관에 비해 부실한 내용으로 아쉬움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이곳은 기대 이상으로 콘텐츠가 알차다. 유물 발굴현장 체험이나 자기 문양 찍어보기, 다양한 반응 스크린 등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각종 프로그램은 어른이 봐도 제법 흥미진진하다. 야외에 지역 설화를 조형물로 표현한 분청공원도 돌아볼 만하다. 박물관 바로 옆에는 조종현, 조정래, 김초혜 가족문학관이 있다.


●유자석류축제 10일 개막

유자는 고흥의 대표 특산물 중 하나이다. 전국 최대 생산량과 재배면적을 자랑한다. 풍양면 한동리 고흥유자공원은 온통 유자나무와 유자열매로 가득한 숲이다. 전망대, 산책로, 탐방로, 약수터, 쉼터 등이 있으며 공원 입구 쪽에는 유자공원 특산품 전시판매장이 있다.

한편, 고흥에서는 10일부터 13일까지 유자와 석류를 주제로 한 ‘고흥유자석류축제’를 풍양면 한동리 일원에서 개최한다. 유자 둘레길을 걸으면서 스탬프 인증을 하고 선물을 받는 ‘유자찍고, 선물받고, 힐링하고∼’가 대표 프로그램이다. 그 외 고흥유자와 석류를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과 특산품 판매 등의 행사도 있다.
고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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