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축구대표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카타르 축구대표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알릴라’는 아랍어로 ‘여행’을 뜻합니다!

어쩌다보니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의 조별리그 A조 2경기를 전부 현장에서 지켜봤습니다. 21일(한국시간)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개회식 직후 열린 에콰도르와 공식 개막전, 그리고 25일 수도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세네갈과 대결이었습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0-2, 1-3으로 전부 2골차 패배였습니다. 결과도 한심했지만 경기력은 훨씬 더 처참했습니다. 세네갈전이 끝났을 때만 해도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는데, 이어진 같은 조 2차전에서 네덜란드와 에콰도르가 1-1로 비기면서 카타르의 탈락이 확정됐습니다.
이 곳의 주말(금요일)을 맞아 알투마마 스타디움을 찾았던 카타르 관중의 표정은 몹시도 서글퍼보였습니다. 0-2에서 역사적인 월드컵 첫 골로 추격에 시동을 걸었던 카타르는 금세 추가골을 내주며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사상 최초의 중동, 첫 겨울월드컵을 개최해 국제 스포츠의 중심에 서보려 했던 카타르의 원대한 꿈도 산산조각이 났고요.

카타르는 일본과 공동 개최한 2002년 월드컵의 한국을 모델로 삼았던 것 같습니다. 4강 신화를 쓰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당시 ‘히딩크호’는 오랜 합숙을 통해 전력을 키운 끝에 엄청난 기적을 써내려갔습니다.

카타르도 거의 같은 선택을 했습니다. 펠릭스 산체스 감독(스페인)에게 전권을 맡겼고, 6월부터 월드컵 개막 직전까지 5개월간 장기 합숙을 진행했습니다. 오스트리아와 스페인을 오갔던 이 기간, 카타르는 무려 19차례의 공식·비공식 평가전을 꾸준히 치렀습니다.

그런데 알맹이는 없었습니다. 6월부터 8월 초까지는 2022~2023시즌에 대비해 전지훈련을 한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프로팀들과 주로 만났고 그 뒤에도 한동안 유럽 클럽들과 연습경기를 치렀으니 과연 실력 향상에 보탬이 됐을지 의문입니다.

애초에 방향을 잘못 설정한 듯하네요. 귀화선수들이 많은 팀에 필요한 것은 많은 연습경기가 아니었습니다. 적더라도 긴장감을 높일 수 있는, 최대한 정상 전력의 스파링 파트너를 구했어야 합니다. 이겨도, 져도 되는 경기만 줄기차게 펼치면서 정신력도 다소 무뎌지지 않았을까요? 시간 낭비를 줄이고 월드컵 스타디움 피치에 더 적응해봤다면, 한 번쯤 만원관중 앞에서 A매치를 치르며 새로운 환경이 주는 낯섦에 대비했다면 어땠을까요?

이제 새로운 걱정도 생겼습니다. 개막 일주일 만에 자국대표팀의 조별리그 탈락이 결정된 이 곳에서 생생하고 뜨거운 월드컵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카타르는 이제 딱 1경기(30일 0시)만 남겨뒀습니다. 하필이면 A조 최강 전력의 ‘오렌지군단’ 네덜란드를 상대합니다. 일찌감치 정해진 조기 이별, 카타르에 자국 월드컵은 어떻게 기억될까요?

도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