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포르투갈의 슈퍼스타 호날두는 29일(한국시간)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우루과이와 대회 조별리그 H조 2차전 후반 10분 브루노 페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페널티지역으로 크로스를 올려주자 높이 떠올라 헤더를 시도했다. 공이 우루과이의 골라인을 넘어가자 에우제비우와 포르투갈 역사상 월드컵 최다골(9골) 타이를 이룬 줄 알았던 호날두는 페르난데스와 부둥켜안고 기뻐했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은 공식 득점자를 호날두가 아닌 페르난데스로 기록했다. 판독 결과 호날두의 머리에 공이 닿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 후에도 호날두는 자신의 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포르투갈대표팀 역시 호날두의 골을 인정받기 위해 FIFA에 증빙 자료를 제출했다. 페르난데스마저 “호날두가 공을 터치한 줄 알고 축하해줬다”고 말했다.
‘스마트’ 공인구가 진짜 득점자를 가려냈다. 카타르월드컵 공인구 ‘알릴라’의 제작사 아디다스는 30일 성명을 통해 “공에 내장된 ‘커넥티드 볼 테크놀로지’로 측정한 결과 골이 들어갈 때 호날두는 공에 어떤 접촉도 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 증거로 페르난데스의 킥, 호날두의 헤더 시도 시 공의 진동 그래프를 함께 공개했다. 이동하는 물체의 속도, 방향, 중력, 가속도 등을 측정하는 ‘관성측정센서(IMU·Inertial Measurement Unit)’를 활용한 것이다.
IMU는 이번 대회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Semi-Automated Offside Technology)’에도 활용된다. 월드컵 경기장 지붕에 설치된 12대의 카메라는 선수들의 발끝, 무릎, 어깨 등 신체부위 29곳의 데이터를 초당 50회씩 수집해 위치정보를 파악한다. 인공지능(AI)은 IMU를 통해 초당 500회 측정된 공인구의 위치데이터를 종합해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독한다. 그 결과가 비디오판독(VAR)실에 전달돼 심판이 최종 판정을 내린다. FIFA,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스위스 취리히공대가 3년을 들여 개발한 SAOT 덕분에 기존 평균 70초였던 판독시간은 20~25초로 줄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SAOT는 개막전부터 효과를 발휘했다. 21일 열린 개막전에서 전반 3분 에콰도르 공격수 에네르 발렌시아(페네르바체)가 카타르 골문을 열었지만, SAOT를 통해 오프사이드 반칙이 선언돼 골이 취소됐다.
이번 대회 최대 이변으로 꼽히는 22일 사우디아라비아-아르헨티나전에서도 SAOT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메시의 선제골(전반 10분)로 1-0으로 앞선 아르헨티나는 전반에만 추가로 3골을 뽑았지만, 모두 오프사이드로 취소됐다. 그 중 전반 24분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인터 밀란)의 오프사이드는 SAOT가 아니었다면 잡아내기 힘든 수준이었다. 쐐기를 박지 못한 아르헨티나는 후반 잇달아 2골을 내주며 1-2로 역전패했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