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마커스 래시포드(10번)가 12월 31일(한국시간)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울버햄턴과 2022∼2023시즌 EPL 18라운드 원정경기 도중 수비진의 견제를 뚫고 슛을 시도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래시포드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이겼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로페테기 감독이 쿠냐 영입했지만
에버턴전 이어 맨유전 황희찬 중용
공격수 중 유일 풀타임 홈팬들 박수
“계속 전진하겠다” 강한 의지 밝혀
지난해 크리스마스 오후(현지시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울버햄턴은 최하위권의 성적표로 우울해하던 팬들에게 깜짝 선물을 안겼다. 브라질국가대표 공격수 마테우스 쿠냐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에서 데려왔다. 임대 후 완전 영입(계약기간 2027년까지)을 조건으로, 최대 이적료 4300만 파운드(약 657억 원)가 발생할 수 있는 ‘메가 딜’이었다. 이 거래가 완료된다면 클럽 역사상 최고액이 된다.에버턴전 이어 맨유전 황희찬 중용
공격수 중 유일 풀타임 홈팬들 박수
“계속 전진하겠다” 강한 의지 밝혀
쿠냐는 지난해 11월 부임한 훌렌 로페테기 울버햄턴 감독(스페인)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전격적으로 영입됐다. 세비야(스페인)를 이끌다 성적 부진으로 결별한 뒤 곧바로 EPL로 옮긴 로페테기 감독은 쿠냐를 데려오면서 스쿼드 개편의 시작을 알렸다. 쿠냐는 전방과 측면을 오가는 다용도 자원인 만큼 황희찬(27)에게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실 울버햄턴은 공격진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31명의 1군 선수단에서 포워드(FW)로 등록된 이만 황희찬까지 무려 10명이다. 그럼에도 화력은 리그 최저 수준이다. 2022~2023시즌 EPL 17라운드 에버턴 원정(2-1 울버햄턴 승)까지 16경기를 치르는 동안 10골밖에 뽑지 못했다. 황희찬도 올 시즌 15경기에서 득점 없이 어시스트만 3개에 그쳤다. 리그(12경기)로만 좁히면 1도움이다.
수치만 보면 황희찬은 결코 안전한 상황이 아니다. 게다가 울버햄턴은 다른 공격수들을 광범위하게 물색 중이다. 2019년 여름부터 동행해온 핵심 골잡이 라울 히메네스의 1월 이적설이 등장할 정도로 폭넓은 변화가 예상된다.
울버햄턴 황희찬은 12월 31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다. 울버햄턴(영국) | 남장현 기자
포르투갈과 2022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2-1 한국 승)에서 한국의 16강행을 확정짓는 역전 결승골을 터트린 황희찬은 복귀전이었던 지난달 21일 질링엄(4부)과 리그컵 경기에서 도움 1개에 페널티킥 유도로 분위기를 띄웠으나, 로페테기 감독의 EPL 데뷔전이었던 에버턴전에선 다소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후반 14분 교체됐다.
그럼에도 로페테기 감독은 황희찬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았다. 12월 31일(한국시간)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EPL 18라운드 홈경기에 다시 한번 선발로 내세웠다. 잘 싸우고 버티던 울버햄턴은 후반 31분 마커스 래시포드에게 결승골을 허용해 0-1로 패했다.
팀은 3승4무10패(승점 13)로 강등권 탈출에 실패했으나 황희찬에게는 의미가 큰 90분이었다. 신임 사령탑 체제에서 리그 2경기 연속 선발출전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결국 믿음이다. 앞서 로페테기 감독은 “황희찬과 같은 (유형의) 선수를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인지 부여된 임무도 다양했다. 4-3-3 포메이션의 오른쪽 윙 포워드로 출발한 황희찬은 적극적 위치 변화로 좌우 측면을 커버한 뒤 아다마 트라오레가 투입된 후반 시작과 함께 전방으로 이동해 원톱에 가깝게 뛰다 종료 10분여를 남기고 히메네스가 들어오자 다시 2선으로 옮겼다. 배후공간 침투와 역습에 능한 황희찬의 역량을 극대화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고, 쿠냐와 황희찬을 무리하게 경쟁시키는 대신 공존시키려는 구상일 수도 있다.
객관적 전력차가 큰 데다 울버햄턴이 ‘선수비-후역습’으로 나서면서 결정적 찬스가 많지 않아 골 침묵은 깨지 못했으나, 팀 공격진 가운데 유일하게 풀타임을 소화해 3만여 홈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은 황희찬은 “계속 전진하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울버햄턴(영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