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도 벗었는데…, 손흥민의 긴 침묵이 수상하다 [여기는 런던]

입력 2023-01-02 18: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축구국가대표팀 ‘캡틴’ 손흥민(31·토트넘)이 2023년을 아쉽게 시작했다.


손흥민은 2일(한국시간)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8라운드 애스턴빌라와 홈경기에 선발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으나, 공격 포인트를 추가하지 못한 채 팀의 0-2 패배를 지켜봤다. 최근 4경기에서 1승1무2패에 그친 토트넘(9승3무5패·승점 30)은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출전권 획득의 마지노선인 4위권 수성에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


모든 게 좋지 않았다. 수비는 불안했고, 공격은 빈약했다. 애스턴빌라의 밀집수비에 가로막힌 토트넘은 후반 5분 프랑스국가대표 골키퍼 위고 요리스가 상대 더글라스 루이스의 중거리 슛을 제대로 잡지 못해 에밀리아노 부엔디아에게 선제 실점한 뒤 후반 28분 더글라스에게 쐐기골까지 허용해 자멸했다. 최근 리그 7경기 연속 선제 실점에 멀티 실점이다. 이는 1988년 이후 35년만의 불명예다.


해리 케인이 원톱으로 나선 가운데 왼쪽 윙포워드로 출격한 손흥민은 볼 터치 실수를 범한 전반 19분 안면보호 마스크를 벗어던져 홈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으나, 끝내 흐름을 바꾸진 못했다.


지난해 11월 2일 마르세유(프랑스)와 UCL 조별리그 원정경기에서 안와골절상을 당한 뒤 2개월 만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경기를 소화한 손흥민은 적극적으로 연계 플레이를 시도하고 빈틈이 보일 때마다 과감한 드리블 돌파에 나섰으나 효율적이지 못했다. 전반 42분 케인을 향한 패스는 골로 연결되지 않았고, 1분 뒤 자신이 핸드볼 파울로 유도한 프리킥을 직접 처리해봤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침묵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 지난 시즌 EPL 득점왕(23골)인 손흥민은 올 시즌 UCL을 포함한 21경기에서 5골·2도움을 기록 중인데, 마지막으로 골 맛을 본 것은 멀티 득점에 성공한 프랑크푸르트(독일)와 UCL 4차전이고, EPL에선 해트트릭을 몰아친 9월 18일 레스터시티전이다.

토트넘은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끝난 애스턴 빌라와 2022~2023시즌 EPL 18라운드 홈경기에서 0-2로 패했다. 무기력한 패배로 맨유에게 빼앗겼던 4위를 탈환하는 데 실패했다. 런던 | 남장현 기자


부상 후유증 등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이탈리아)이 주로 사용하는 3-4-3 포메이션에서 주변과 ‘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토트넘의 주요 공격루트인 왼쪽 측면을 책임지는 윙포워드 손흥민과 윙백 이반 페리시치의 동선이 자주 겹친다. 자연스레 서로를 향한 패스는 번번이 끊겼고, 움직이는 타이밍마저 맞지 않았다. 경기 중에는 서로에게 짜증 섞인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선수들은 각자의 개성이 있다. (감독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자신들의 플레이를 해야 한다”며 원론적으로 말했으나 아쉬운 표정까지 감추진 못했다.


부상 이탈의 영향이 상당하다. 토트넘 공격진은 ‘전멸’ 수준이다. 히샬리송과 루카스 모우라에 이어 데얀 쿨루셉스키마저 근육을 다쳐 이탈했다. 이번 시즌 교체로 1경기 출장에 그친 브리안 힐을 오른쪽 윙포워드로 출격시킬 만큼 공격 카드가 제한적이었다.


콘테 감독의 걱정도 크다. 그는 “우리가 보유한 손흥민, 케인, 히샬리송, 클루셉스키 중 2명이 부상을 당하면 곤란한데, 종종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손흥민도 더 발전해야 한다. 지금의 상황은 좋지 않다. 상대의 밀집수비에 대응하기 위한 벤치의 해결책이 있었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1일부터 개장한 겨울이적시장에서 구단 차원의 적극적 움직임을 촉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런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