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한 달 만에 ‘2701호’ 논란에 공식 대응 “덮어둔다고 문제 해결 못해”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2701호에 모여 대표팀 선수들과 안 트레이너가 함께 찍은 사진. 사진출처 | 안덕수 트레이너 인스타그램

대한축구협회(KFA)가 ‘2701호’ 논란이 발생한지 한 달여 만에 공식 입장을 밝혔다.


KFA는 10일 의무트레이너 안덕수 씨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공식 해명했다. “KFA가 인정한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에 공식적으로 채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손흥민(31·토트넘)의 개인 의무트레이너로 알려진 안 씨는 대표선수들의 요청으로 2022카타르월드컵에 동행했다. 브라질과 16강전을 마친 뒤인 지난달 7일 안 씨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대표팀 숙소였던 카타르 호텔 내) 2701호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기자님들이 연락을 주신다면 상상을 초월한 상식 밖의 일들을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모종의 폭로를 예고했다. 그러나 이후 취재진의 연락에 일체 답하지 않았고, 추측성 보도가 쏟아지면서 의혹은 점점 커졌다.


KFA는 한 달여 만에 공식 대응했다. 선수들의 2차례(2021년 11월·2022년 6월) 요청에도 불구하고 KFA가 요구한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에 안 씨를 대표팀 스태프로 채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안 씨는 KFA가 인정하는 4개 자격증(물리치료사·건강운동관리사·선수트레이너·운동처방사)이 아닌 ‘기본응급처치사’, ‘스포츠현장트레이너’ 자격증만 소지했다. 이에 대해 KFA는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 이후 2021년 2월부터 시행된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관련 자격 소지자만 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은 안 씨를 의무트레이너가 아닌 장비담당자 등 다른 보직으로 채용하자고 제안했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그 과정에서 일부 선수들은 안 씨의 합류를 반대한 인물로 대표팀 의무팀장 A를 지목하고, 대회 도중 업무 배제와 귀국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KFA는 A를 귀국시키진 않고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안덕수 트레이너가 2주 전부터 카타르에서 선수들을 케어하며 올렸던 글과 사진들. 사진출처 | 안덕수 트레이너 인스타그램

KFA는 자격증이 없다고 지목된 대표팀 의무트레이너 B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B는 월드컵 당시 ‘운동사’ 자격증만 보유 중이었다. 다만 2020년 2년 재계약을 맺어 2021년 2월 시행된 관련 법령을 소급 적용해 계약을 해지할 순 없었다. KFA는 “계약이 끝나는 작년 12월까지 국가공인자격(물리치료사·건강운동관리사)을 획득하지 못하면 재계약이 불가함을 통보했다. B는 지난달 물리치료사 시험에 응시해 최종 합격했다”고 덧붙였다.


KFA는 선수들에게 유감의 뜻도 표했다. “16강 진출을 이룬 선수들의 헌신과 노력은 아무리 칭찬해도 아깝지 않다”면서도 “합법적 채용 절차를 인정하지 않고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선수들의) 태도는 온당치 못하다. 극히 일부지만, 의무스태프와 KFA 직원을 향한 부적절한 발언도 사려 깊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덮어둔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부족한 점을 인정하며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어 개선방안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