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줄 막혔던 첼시, EPL ‘큰 손’ 부활…로만 시절 부럽지 않지만 [사커토픽]

입력 2023-02-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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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가 다시 이적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이적시장에 이어 이번 겨울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특급자원들을 대거 영입했다. EPL 겨울이적시장 마감일인 1일(한국시간) 리그 역대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며 첼시 유니폼을 입은 엔소 페르난데스. 사진출처 | 첼시FC SNS

마감 1시간 앞두고 페르난데스 영입
EPL 역대 최고 이적료 1602억원 베팅
새로운 구단주 보엘리 ‘화끈한 투자’
역대급 영입전…후반기 반등 기대감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시작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력 기반이자 자금줄인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도 철퇴를 피할 수 없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FC 전 구단주이자 푸틴의 ‘절친’으로 알려진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대표적이다.

아브라모비치는 첼시에겐 몹시 고마운 존재다. 2003년 러시아 갑부에 인수된 첼시는 고속 성장했다. 전폭 투자로 수많은 특급 스타들을 영입해 힘을 키워 유럽 최정상 클럽이 됐다. 첼시는 선수 영입에만 3조 원 이상(추정치) 썼다고 전해진 ‘로만 체제’에서 EPL 5회, 잉글랜드 FA컵 5회, 리그컵 3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2회, 유로파리그 2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1회 등 수많은 트로피를 수집했다.

20여년의 동행 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러시아와 냉랭한 관계인 영국 정부는 지난해 3월 올리가르히의 자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압류했다. 아브라모비치는 구단 매각을 선언한 뒤 EPL 이사회로부터 첼시 구단주 자격이 박탈됐다. 여파는 상당했다. 주요 스폰서들이 발을 뺐고 메가 스토어 운영과 이적시장 활동이 금지됐다. 첼시는 어떤 방식으로든 수익을 내선 안 되는 팀이 됐다.

그러나 고통은 길지 않았다. 지난해 5월 미국 메이저리그(MLB) LA다저스 공동구단주인 미국인 사업가 토드 보엘리에 인수된 첼시는 빠른 재정비에 나섰고, 여름과 겨울 선수이적시장에서 폭풍 영입을 진행했다.

지난해 여름 2억5400만 파운드(당시환율 약 4000억 원)를 투입해 웨슬리 포파나, 마르크 쿠쿠렐라, 라힘 스털링, 칼리두 쿨리발리,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 등을 영입한 첼시는 1일 오전 8시(한국시간) 끝난 EPL 겨울이적시장도 멈추지 않았다.

첼시FC 구단주 토드 보엘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이라이트는 시장 마감 1시간여전이었다. 2022카타르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우승주역으로 뛴 엔소 페르난데스를 데려오며 벤피카(포르투갈)에 1억560만 파운드(약 1602억 원)의 이적료를 안겼다. 2021년 잭 그릴리시가 맨체스터시티로 이적하며 발생한 1억 파운드(약 1516억 원)를 넘어선 EPL 역대 최고액이다.

앞서 첼시는 우크라이나 윙어 미하일로 무드리크를 8850만 파운드(약 1342억 원)에 데려왔고 브누아 바디아쉴, 다비드 포파나, 말로 구스토, 노니 마두에케, 안드리 산투스, 주앙 펠릭스 등을 영입하면서 3억2300만 파운드(약4899억 원)를 썼다.

‘보엘리 체제’는 출범 초기인 9월 명망 높은 토마스 투헬 감독을 경질하고 그레이엄 포터 감독을 선임해 신망을 잃기도 했으나 맨시티와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지탱하는 중동의 ‘오일머니’가 전혀 부럽지 않은 화끈한 자금 동원으로 ‘로만 시절’의 향수를 빠르게 지웠다.

8승5무7패, 승점 29로 10위로 내려앉은 첼시는 후반기 대반전을 희망하나 리그 4위까지 주어질 UCL 티켓 확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좋은 구슬을 가졌으나 제대로 꿰지 못하면 타격이 훨씬 커진다는 점은 큰 부담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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