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이정후. 스포츠동아DB
2023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는 타격폼 수정에 박차를 가하며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KBO리그 통산 타율 1위(0.342)를 기록 중인 그에게도 타격폼 수정은 엄청난 도전이다. 과거의 타격폼으로 쌓아올린 지난 6년간의 기록들이 자칫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험부담을 감수한 채 도전을 택했다. 간결한 폼으로 빠른 공 대처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타격의 정확도 또한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이정후는 지난해까지 KBO리그 타자 개인이 획득할 수 있는 최고의 타이틀들을 거의 모두 챙겼다. 2021~2022시즌 연속으로 타격왕에 등극했고, 2022시즌에는 타격 5관왕(타율·최다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을 차지하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됐다.
최고의 테크니션인 이정후는 홈런왕에는 관심이 없는 만큼 이제 KBO리그에선 더 이상 욕심낼 만한 타이틀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그에게도 2017년 프로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6년간 허락되지 않은 미지의 타이틀이 하나 있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밖에 나오지 않은 한 시즌 개인 200안타다.
KBO리그에서 정규시즌 200안타는 2014년 딱 한 번 나왔다. 당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소속이던 서건창(34·LG 트윈스)이 128경기에서 타율 0.370을 올리며 201개의 안타를 뽑아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키움 이정후. 사진제공 | 키움 히어로즈
10구단 체제가 완성돼 정규시즌 일정이 팀당 144경기로 확대된 이후로도 200안타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2020년 두산 베어스 외국인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쿠바)가 터트린 199안타가 가장 근접한 기록이다. 새삼 2014년(128경기) 서건창의 200안타 기록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정후에게도 200안타의 벽은 매우 높았다. 그의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은 2019년과 2022년 한 차례씩 뽑아낸 193안타다. 7개가 부족해 200안타 고지 정복에 실패했다. 이처럼 144경기에서 200안타를 생산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꾸준하게 안타를 적립하는 능력과 더불어 전 경기에 나설 수 있을 만큼의 체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지난 6년간 이정후에게도 200안타 고지는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았다. 그러나 그는 이전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새로운 무기’를 장착 중이다. 새로운 타격폼이 미지의 영역으로 그를 이끄는 길잡이가 될 수 있을까.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