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고진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비록 우승 경쟁은 하지 못했지만, 마지막 날 인상적은 활약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부상을 딛고 올해 첫 출격한 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8)이 마지막 날 8언더파를 몰아치며 7개월 만의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고진영은 26일 태국 촌부리의 시암 컨트리클럽 파타야 올드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총상금 170만 달러·22억4000만 원) 4라운드에서 보기없이 이글 1개와 버디 6개만을 쓸어 담으며 8언더파 64타를 쳤다. 첫날 4타를 줄여 부상 부담을 털어낸 뒤 2, 3라운드서 각각 2타씩 밖에 줄이지 못해 우승 경쟁에선 밀렸지만 마지막 날 날카로운 샷 감을 유감없이 과시하며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동 27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고진영은 1번(파5) 홀에서 버디를 잡아 산뜻하게 출발한 뒤 6번(파4)~7번(파5)~8번(파3) 홀에서 각각 버디~이글~버디를 적어내며 전반에만 5타를 줄였다. 후반에 버디 3개로 타수를 더 줄이며 지난해 7월 에비앙 챔피언십(공동 8위) 이후 7개 월 만에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고진영은 지난해 손목 부상 등으로 중반기 이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8월 CP위민스 오픈을 마친 뒤 두 달 가량 투어를 떠났다 10월 국내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통해 복귀했지만 이틀 간 15오버파를 적어낸 뒤 기권했다. 11월 미국에서 열린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과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 나섰으나 컷 탈락과 공동 33위에 그쳤다. 한때 ‘월드 넘버1’ 자리를 굳게 지켰던 고진영의 세계랭킹은 현재 5위까지 내려갔다.

3개월 만의 실전 무대였던 이번 대회에 앞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지만,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부활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고진영은 다음 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그는 작년 이 대회서 투어 통산 13승(메이저대회 2승 포함)을 달성한 뒤 우승 트로피를 추가하지 못했다.

고진영은 “작년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첫 대회였기 때문에 잘 마무리한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라며 만족감을 내비친 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코스 위에서 스윙도 잘 나왔다. 조금 아쉬웠던 부분들을 더 보완한다면 좋은 결과로 올해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릴리아 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릴리아 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우승은 릴리아 부(미국)에게 돌아갔다. 3라운드까지 선두였던 태국의 신예 나타끄리타 웡타위랍(태국)에게 6타 뒤진 공동 4위였던 부는 4라운드에서 고진영과 함께 ‘데일리 베스트’인 8언더파를 쳐 합계 22언더파 266타로 정상에 올랐다. 데뷔 첫 승을 짜릿한 역전승으로 장식하며 우승 상금 25만5000달러(3억3000만 원)를 손에 넣었다. 웡타위랍은 4라운드에서 1타를 줄이는데 그쳐 합계 21언더파로 1타 차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 선수 중에선 고진영에 이어 김효주(28)가 15언더파 공동 10위에 올라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을 거뒀고 김세영(30)이 12언더파 공동 20위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 여자골프는 이번에도 우승자 배출에 실패하며 LPGA 투어 18개 대회 연속 무승 굴레에 빠졌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고진영과 함께 공동 6위에 자리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