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호재’ 있다! 이호재, 대구전 2골로 역전승 이끌어…‘이기형 아들’ 아닌 그 이름 그대로 [현장리포트]

입력 2023-02-2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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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이호재(앞)가 26일 포항스틸야드에서 벌어진 대구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개막전 후반 45분 역전 결승골을 뽑은 뒤 기뻐하고 있다. 후반 32분 제카 대신 투입된 그는 39분과 45분 잇달아 골을 터트리며 팀의 ‘호재’로 작용했다. 이기형 성남 감독의 아들이 아닌 ‘축구선수 이호재’로서 멋진 한 시즌의 출발을 알린 활약상이다. 포항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쇼타임 6분’이면 충분했다. 프로 3년차인 포항 스틸러스 이호재(23)가 힘차게 포효하자 포항스틸야드가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스코어 3-2, 포항이 2023시즌 K리그1(1부) 개막전에서 활짝 웃었다.

포항은 26일 안방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개막전에서 대구FC를 3-2로 꺾었다. 후반 38분까지도 1-2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결과를 바꿨다.

교체 자원인 이호재가 춤을 췄다. 후반 39분 김승대의 어시스트를 받아 오른발 슛으로 동점을 만든 뒤 후반 45분 김종우의 절묘한 패스를 오른발 역전 결승골로 연결했다.

후반 32분 이호재가 대구에서 데려온 브라질 공격수 제카 대신 투입되자 장내 아나운서는 “우리에게 ‘호재’만 있다”고 외쳤다. 그 기대가 딱 맞아떨어졌다. 시즌 전체 레이스를 가늠할 중요한 첫 판에서 큰일을 냈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포항은 전반 29분 코너킥 상황에서 먼저 실점했다. 대구 세징야의 오른쪽 코너킥을 홍정운이 머리로 흘려줬고, 이를 고재현이 재차 헤더로 받아 넣었다. 포항은 전반 45분 측면을 파괴한 제카의 패스에 이은 정재희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으나, 후반 19분 세징야에게 페널티킥(PK)으로 추가 실점했다.

킥오프 전까지 포항의 ‘기대 1순위’, 대구의 ‘경계 1순위’는 제카였다. 최원권 대구 감독은 “김기동 (포항) 감독님이 제카가 많이 훈련하지 못했다고 말씀하셨지만 속지 않는다. 컨디션이 안 좋았으면 한다”는 농담 섞인 진담을 건넸고, 김 감독은 “공격 연계도 해주고 수비도 적극적인 선수”라고 기대했는데 진짜 주인공은 제카와 역할을 바꾼 이호재였다.

26일 포항스틸야드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포항 스틸러스와 대구FC의 경기에서 포항 정재희가 대구의 볼을 빼앗고 있다. 포항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사실 이호재는 본인보다 한국축구의 한 시절을 풍미한 이기형 성남FC 감독(49)의 아들로 더 유명하다. 부친의 명성이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때로는 부담이기도 했다. 프로 첫 해인 2021시즌 15경기에서 2골을 넣은 그는 지난 시즌 16경기에 출전했다. 지난해 10월 홈에서 벌어진 울산 현대와 ‘동해안 더비’에서 상대의 우승을 저지하는 1골을 터트렸으나 만족할 수 없었다.

올해는 더 올라서야 한다. 더욱이 22세 이하(U-22) 의무출전 규정을 졸업해 출전 자체가 보장되지 않는다. 진정한 홀로서기가 필요하다. 몸만들기부터 정성을 쏟았다. 키 191㎝의 듬직한 체격에 힘과 스피드를 가미하기 위해 몸무게를 3㎏ 감량했다.

마음가짐도 달랐다. 1월 베트남 동계훈련 도중 발목을 다쳐 작은 뼛조각 6개가 돌아다니는 상태가 됐음에도 운동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이호재가 “치료와 훈련을 병행했고, 뛰는 데 문제없다.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뭔가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시기”라고 의지를 보이자, 김 감독도 “한 걸음 성장하는 해가 됐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포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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