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대단히 품위 있는 권유’ 리사의 부탁

입력 2023-02-28 13: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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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대단히 품위 있는 권유..

가수 겸 뮤지컬배우 리사 씨의 신곡 ‘부탁’을 들으면서 든 생각입니다.

“봄 날씨처럼 따뜻하고 사랑 넘치는 가사를 써보려고 했다”는 리사 씨의 말이 떠오릅니다. 가사 속의 부탁은 “안녕이란 말은 서로에게 하지 말아요”라는 것. 심지어 “지금 이 시간부터 하나 부탁이 있다”는 말로 정중하게 시작됩니다.

초기의 소울 스타일이 눅진하게 배어있는 곡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각 잡고 소울’은 아닌 ‘약(弱) 소울’이지만 리사 씨 특유의 소울 향을 귀로 맡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물 흐르는 듯한 진행, 청명한 하늘같은 고음, 단단한 가사 전달.

리사 씨는 대표적인 ‘명품고음’을 가진 가수죠. 그는 힘으로 쭉, 한번에 고음을 뽑아 올리는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는 듯합니다. 하이라이트에 다다르기 50미터 전쯤에서 살짝 끊고 가는 기법을 종종 보여주곤 하는데 이번 곡 ‘부탁’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노래를 좀 해 본 분들은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실 겁니다. 운전과 비유해도 그렇습니다. 경사가 큰 오르막길에서 엔진이 한창 힘을 받는 순간에 브레이크를 스윽 밟았다가 다시 치고 올라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리사 씨의 이런 고음기법은 효과가 대단해 듣는 이로 하여금 두 번의 전율을 느끼게 해줍니다. 여기에 고음의 정상에서 꽃씨가 터지듯 ‘탁’ 해체되어 흩어지는 음의 끝은 황홀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요.
저는 이러한 리사 씨의 고음을 ‘색깔있는 고음’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고음을 잘 내는 가수들이야 너무나 많지만, ‘색깔있는 고음’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거든요.

하나 더. ‘부탁’에서도 리사 씨의 가사는 마치 대사처럼 또렷하게 들어옵니다. 워낙 깨끗한 소리인 데다 소리를 위해 가사를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이런 스타일은 역시 오래 활동하고 있는 뮤지컬에서 가져온 것이겠지요. 소울을 베이스로 한 가수로서는 확실히 특별한 케이스입니다.

이번 신곡 ‘부탁’은 리사 씨의 오랜 팬들께는 “리사가 돌아왔다!”라고 환호할 만한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 | 알앤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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