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메이트’ 코 끝을 시큰거리게 만드는 찬란한 우정에 대하여 [리뷰]

입력 2023-03-02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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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내내 잊고 있었던 학창시절이 겹쳐 보인다. 서로가 서로의 소울메이트였던 영화 속 두 주인공을 보며 지금의, 혹은 찬란했던 학창시절을 함께 보냈던 그때의 소울메이트의 얼굴이 자꾸만 떠오른다. 극장을 나서면서 자연스레 휴대전화를 들어 떠오른 그 얼굴에게 연락을 하게 만드는 영화 ‘소울메이트’(감독 민용근, 제작 클라이맥스·앤드마크 스튜디오)다.

15일 개봉하는 영화는 초등학교부터 함께 해온 절친한 두 친구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의 특별한 우정을 담는다. 중국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리메이크작한 작품으로 성격도 목표도 전혀 다르지만 서로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만은 똑같은 두 친구의 마음과 감정을 섬세하고도 애틋하게 담아냈다.



●뻔한 것 같지만 뻔 하지 않은 이야기

영화에서 미소와 하은은 제주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처음 만난 후 고등학교까지 10대 시절을 함께 보낸다. 서로의 모든 걸 알고 있는 두 사람은 고등학교 시절 미소의 첫사랑 진우(변우석) 등장 이후 서로에게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미소는 서울, 하은은 제주도에서 각자의 인생을 살게 되면서 서로에 대한 오해와 비밀이 더욱 쌓여간다.

영화의 내용은 사랑의 개입으로 인해 흔들리다 결국 다시 우정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식의 많고 많은 영화와 언뜻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영화는 단 한번도 이야기의 추를 사랑으로 옮겨가지 않는다. 끝까지 보고 나면 이 영화가 사랑에 흔들렸던 우정이 아닌 서로를 아끼기 때문에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단단한 여자들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된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색다르다. 영화는 이미 서로 멀어진 상태로 보이는 두 주인공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관객들에게 이들이 왜 이렇게 멀어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추측하게 만든다. 현재 소재를 알 수 없는 것으로 설정된 주인공에 대해서는 미스터리까지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또한 후반부 예상치 못한 반전이 더해져 잔잔하게만 흘러갈 수 있는 영화에 독특한 장르적 재미도 더했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은 흘륭한 리메이크

이러한 구조적 재미는 2016년 개봉한 원작 영화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영화는 전체적인 설정과 플롯 등은 착실하게 원작을 따르며 원작이 가진 장점과 매력을 고스란히 살린다. 하지만 디테일한 설정들에 변화 줘 리메이크만의 차별화를 뒀다. 특히 원작에는 없던 그림이라는 테마를 영화에 가장 중요한 소재로 택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원작에서는 막연한 자유를 갈망하는 것으로 보였던 하은에게 그림이라는 꿈과 목표를 주면서 이후 인물의 선택과 행동에 더욱 매끄러운 서사를 부여한다.

관객들의 학창시절을 그대로 떠올리게 만드는 매끄러운 ‘한국 패치’도 영화의 가장 큰 매력중 하나다. 교복 치마 안에 체육복 바지를 입고 즐겼던 오락실 펌프 게임, 귀를 뚫어주던 동네 팬시점, 늘 목에 걸고 다녔던 MP3, 그네로 된 의자가 있던 모든 10대들의 아지트 카페 캔모아 등이 스크린에 나올 때마다 잊고 지낸 추억이 떠올라 눈시울이 시큰해지기도 한다.


●찬란한 김다미와 전소니

단순히 일부 소품들만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건 아니다. 10~20대 시절을 함께 보낸 절친한 친구가 있는 여성 관객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두 주인공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서로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던 두 친구가 이제는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섭섭함, 사이가 멀어질까 두려워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어떤 진실들, 경제적 상황이 달라지면서 느끼게 되는 상대적 박탈감 등 누구나 겪어봤던 감정들이다.

영화에서 미소와 하은을 연기한 두 배우 김다미와 전소니의 뛰어난 연기 덕에 이 모든 감정들이 더욱 생생히 전달된다. 영화 속 두 배우는 그야말로 반짠반짝 찬란하게 빛난다.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은 중화권 최고 영화제에서 최초로 공동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정도로 최고의 합을 보여준 저우동위(주동우)와 마쓰춘(마사순)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다만 두 사람의 사이에 가장 큰 물결을 일으키는 진우 역의 변우석의 연기는 다소 아쉽다. 텅 비어 보이는 표정과 눈빛은 과한 감정 연기 없이도 진진하고 애틋한 감정을 녹여내는 두 여배우와 더욱 비교된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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