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호는 호흡을 맞춘 선배 전도연에 대해 “아직도 연기하기 전에 설레 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매니지먼트오름

정경호는 호흡을 맞춘 선배 전도연에 대해 “아직도 연기하기 전에 설레 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매니지먼트오름


신드롬급 인기로 종영한 ‘일타스캔들’ 배우 전도연과 정경호

실제 일타 강사 자문 받으며 연기
입시 시달리는 학생들 마음 아파
배우 전도연(50)과 정경호(40)는 5일 종영한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에 대해 “꿈같은 시간”이라고 돌이켰다. 반찬가게 사장과 ‘일타 강사’의 로맨스를 그려 최고시청률 17%(닐슨코리아)를 기록하는 등 신드롬급 인기를 끌어낸 성과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은 드라마를 통해 저마다 마음속에 간직해왔던 ‘소원’을 하나씩 이뤘다. 무려 17년 만에 로맨틱코미디 드라마 주인공으로 나선 전도연은 “밝은 작품에 대한 갈증을 제대로 풀었다”며 웃었고, 정경호는 “꿈에 그리던 전도연 선배와 호흡을 맞춰 영광이었다”면서 감격해했다.


●정경호

“전도연 선배와 연기라니…저 성공했나 봐요.”

전도연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정경호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 평소 롤모델이었던 전도연과 로맨스 연기를 펼칠 수 있다는 것조차 영광이었다는 그는 “‘투 샷’으로 잡힐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찼다”고 돌이켰다.

“전도연 선배를 보면서 변하지 않는 것도 있구나하고 느껴요. 지난 30년을 최고의 배우로 연기해오시면서 정말 훌륭한 작품을 많이 선보이셨으면서도 늘 연기를 시작하기 전엔 긴장하시고 설레 하거든요. (전)도연 선배의 연기에는 ‘거짓’이 없어요.”

극중 학원에서 수업하는 장면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며 ‘일타 강사 싱크로율 100%’라는 호평을 이끌었지만 사실 “‘일타’라는 말조차 몰랐을 정도”였다. 수학 과목과도 거리가 멀다. 칠판에 거침없이 써내려가던 수학 공식은 “100% 암기”의 산물이다.

“이해하면서 쓴 풀이나 공식은 하나도 없어요. 무조건 외운 거죠. 목동 논술학원에서 100명의 학생 보조출연자들 앞에서 연기했는데 틀릴까봐 긴장이 많이 되더라고요. 제가 조금이라도 틀리게 쓰면 학생들이 바로 알아채거든요.”

유명한 스타강사들의 수업 영상도 수차례 돌려봤다. 자문을 맡아준 서울 대치동의 대표 스타강사인 안가람의 수업을 직접 참관하며 안 강사의 말투나 제스처, 판서 방식 등을 꼼꼼히 살폈다.

“안 강사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일타 강사의 삶이 연예인과 비슷하더라고요. 우리가 새 작품이 나오면 시청자 반응을 찾아보는 것처럼 일타 강사들도 수업이 끝나면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가 학생 반응부터 찾아보더라고요.”

강사의 삶뿐만 아니라 입시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의 고충도 이해하게 됐다. 치킨 게임 같은 입시 시스템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정경호는 데뷔 후 지금까지 작품을 이어오며 숨 가쁘게 달려왔다. 차기작인 영화 ‘보스’ 촬영을 시작하는 4월 말 전까지는 오랜만에 쉴 생각이다.

“살을 찌우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너무 간절한 소원이에요. 본의 아니게 연이어 까칠하고 예민한 캐릭터를 맡아서 마른 몸을 유지해야 했거든요. 게다가 연극에서 에이즈 환자 역까지 맡아서 섭식장애가 있는 인물의 몸을 유지하는 게 별로 힘들지 않을 정도였어요. 이제는 좀 찌울 수 있겠죠. 하하!”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