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전까지 “힘닿는 한 대표팀” 외친 김민재의 폭탄발언…대체 어떤 일이? [핫이슈]

입력 2023-03-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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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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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다하는 만큼은 대표팀 경기를 계속하지 않을까 싶다.”
“멘탈이 무너졌다. 축구도, 몸도 힘들다. 당분간, 아니 당분간이 아니라 대표팀보다 소속팀에만 전념하고 싶다.”

같은 선수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뉘앙스는 전혀 다르다. 놀랍게도 하루 새 180도 바뀌었다.

축구국가대표팀 김민재(27·나폴리)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친선경기(1-2 패)를 마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폭탄발언을 남겼다. 대표팀 은퇴를 시사하는 발언에 가까웠고, 현장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전날(27일)만 해도 김민재는 완전히 다른 말을 했다.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베테랑 김영권(33·울산 현대)의 센추리클럽(A매치 100회 출전) 가입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 그는 “(김영권이) 존경스럽다. 자랑스럽고 대단하다. 내 목표도 부상 없이 대표팀에서 뛰는 거다. 몸이 닿는 한 (A매치를) 계속할 것 같다”며 경의를 표했다.

그러나 하루 새 입장이 천양지차다. 게다가 김민재는 평소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선수로 여러 동료들과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만큼 그의 감정을 건드려버린,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김민재. 스포츠동아DB

김민재. 스포츠동아DB


김민재가 29일 오전 말없이 서둘러 출국하자 여러 추측이 더해졌다. 일각에선 이탈리아 세리에A 입성 첫 시즌에 우승을 넘보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까지도 바라보는 상황에서 여러 빅클럽들의 초대형 러브콜 루머가 겹치면서 정신적 피로가 가중됐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또 유럽 각지를 오가고, 대표팀까지 챙기느라 완전히 ‘번아웃’됐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김민재는 늘 태극마크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선수였다. 큰 부상이 없는 한 A매치를 건너뛴 적도 없다. 실전에선 엄청난 파이팅과 퍼포먼스로 대표팀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남미 강호들과 이번 2연전에서도 그랬다.

의구심이 증폭되자 대한축구협회는 “충동적 발언일 것”이라며 선을 그었고, 김민재도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인터뷰로 태극마크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는 선수가 됐다. 힘들다는 의미가 잘못 전달됐다. 대표팀 비중이 커진 상황의 부담, 항상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 실점에 대한 실망 등이 힘들었다. 신중하지 않고, 성숙하지 못한 행동에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사진출처 | 김민재 인스타그램

사진출처 | 김민재 인스타그램


그러나 단순한 감정적 기복으로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 극단적인 심경의 변화에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지금으로선 대표팀 전반에 대한 진단도 필요해 보인다. 카타르월드컵을 전·후로 불필요한 잡음이 적잖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김민재 또한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다. 다시금 대표팀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 요소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 깔끔하게 정리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59·독일)도 대표팀과 관련한 모든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이번 소집기간 중 선수들 전원과 면담한 그는 4월 초 가족이 있는 미국을 들른 뒤 유럽으로 이동해 선수들을 격려하며 컨디션 관리 등 소속팀의 협조를 구할 계획인데, 나폴리도 행선지에 포함돼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김민재의 입장을 다시금 들어보는 자리가 마련될 전망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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