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안우진이 16일 고척돔에서 자신의 스위퍼 그립을 직접 쥐어 설명하고 있다. 실밥에 손가락을 모두 얹어 투심 그립과 비슷하게 공을 쥐고 있는 모습. 고척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일본대표팀의 우승으로 끝난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최고 명장면은 단연 일본과 미국의 결승전 마지막 투타 맞대결이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 마이크 트라웃(32·LA 에인절스)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일본투수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의 ‘마구’는 전세계 야구팬들을 흥분시키기 충분했다.
오타니가 던진 마지막 구종은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스위퍼(sweeper)’로 불리고 있는 신 구종이다. 당초 슬라이더로 통칭됐으나 공의 궤적이나 회전수 등 여러 데이터가 슬라이더와 확연한 차이를 보여 새로운 구종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변화구다.
스위퍼는 공의 궤적이 ‘횡’으로 예리하게 꺾여 들어가는 구종이다. 공이 홈 플레이트 위를 쓸고 간다는 의미에서 스위퍼라는 이름이 붙었다. 공이 꺾이는 정도는 슬라이더와 매우 비슷한데, 공이 ‘종’으로 빠르게 꺾여 떨어지는 슬라이더와는 궤적에서 분명 차이가 있다.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고 있는 투수들은 최근 이 스위퍼를 연마하는 것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24)과 외국인투수 에릭 요키시(34) 역시 스위퍼의 대유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투수들이다.
키움 요키시가 16일 고척돔에서 자신의 스위퍼 그립을 직접 쥐어 설명하는 모습. 투심과 똑같은 그립으로 커브를 던지듯이 쓸어 던지는 게 특징이다. 고척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둘은 입을 모아 “지금 투수들의 공통 관심사는 단연 스위퍼다. 미국 및 일본 투수들의 영상을 보면서 서로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16일 고척돔에서 만난 안우진은 “아직 실전에서 쓸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정말 말 그대로 연마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안우진은 스위퍼의 그립과 던지는 방법을 직접 보여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그립은 일단 투심 그립을 잡는다. 그리고 던질 때는 커브처럼 위에서 아래로 긁으면서 던진다”고 설명했다.
이는 키움에서 스위퍼를 가장 먼저 연마한 요키시의 설명과 같았다. 요키시 역시 “그립은 나도 투심으로 잡는다. 던지는 건 커브와 마찬가지로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리는데, 어떠한 과학 원리로 공이 옆으로 가는지는 나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키움 요키시가 16일 고척돔에서 스위퍼의 회전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요키시는 “데이터를 보면 차이가 크다”라며 스위퍼와 슬라이더는 분명 구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척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요키시는 “실전에서 써 본 건 2022시즌에 1~2번 정도다. 나 같은 경우에는 팔꿈치에 무리가 오는 게 느껴졌다. 또한 스위퍼의 구속은 슬라이더보단 확실히 떨어진다. 그 때문에 아직까지는 자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우진은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중에서는 NC 외국인투수 에릭 페디가 스위퍼를 사용하는 것 같더라. 공의 움직임이 확실히 옆쪽이었다. 기회가 되면, 다음 맞대결에서 얘기를 한 번 나눠보고 싶다”라며 배움의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고척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