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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JFA) 회장이 직접 “세계적 추세를 따라야 할 필요가 있다. 많은 어려움이 있겠으나 본격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한 가운데 얼마 전 J리그 사무국 차원에서 심도 깊은 대화가 이뤄졌다. 그리고 리그 시스템 변화에 대한 현장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 매체들은 “단순 아이디어 차원의 미팅이 아닌 진지한 자리였다. 대부분의 J리그 구성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전했다.
추춘제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깝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국제축구계의 주류인 유럽국가들 대부분이 자국리그를 추춘제로 진행하고 있고, 아시아 역시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주류로 자리 잡은 중동과 서아시아국가들도 대부분 추춘제로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여름과 겨울, 연 2회씩인 이적시장은 물론이고 클럽들이 참여하는 주요 국제대회가 추춘제를 기준으로 운영된다. 춘추제로 진행되던 AFC 챔피언스리그(ACL)도 2023~2024시즌을 기점으로 추춘제로 전환된다.
K리그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역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많은 K리그 구단들 또한 추춘제에 기본적으로는 동조하는 등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물론 현실적 어려움이 적지 않다. 사계절의 우리나라는 겨울이 유독 길다. 추춘제 리그를 운영하려면 선수단 개편과 전지훈련 등을 위한 최소 2개월의 넉넉한 프리시즌뿐 아니라 선수보호를 위한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 초까지 겨울 휴식기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K리그1은 팀당 38경기씩 치르는 구조인 데다 FA컵과 승강 플레이오프, ACL 등을 두루 고려하면 시즌 중간(2개월)을 포함한 4개월 이상의 휴식기를 보낼 여유가 없다. 전체 경기수를 줄이는 등 운영방식을 일대 수정해야 추춘제 전환이 가능하다.
여기에 경기장 관리도 걸림돌이다. 유럽은 그라운드 바닥에 열선을 깔고, 홈경기 직후에는 각 클럽이 보유한 인공 채광기로 잔디 생육을 돕는다. 막대한 자금력을 지닌 중동에선 필요할 때마다 그라운드 전체를 갈아엎는 ‘손쉬운’ 선택을 한다. 채광기를 사용하는 팀도 극히 일부인데다 수억 원을 들여 한 번 잔디를 깔면 최소 10년은 써야 하는 K리그로선 선뜻 추춘제가 와 닿지 않는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