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구자욱(왼쪽), 두산 이승엽 감독. 스포츠동아DB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이 감독이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 사령탑을 맡았다. 3년간 함께 삼성 타선을 이끌던 구자욱과 적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구자욱을 지도했던 김한수 전 삼성 감독도 올해부터 두산 수석코치를 맡게 됐으니, 반대편 덕아웃을 바라보는 구자욱으로선 묘한 감정을 느낄 법하다.
26일 대구 두산전에 앞서 구자욱은 “(이승엽) 감독님께서 어제(25일) ‘다치지 말고 잘하라’고 격려해주셨다”며 “오래간만이다 보니, 또 감독님이 되셨으니 더 어색하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선배님’이라고 부를 뻔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구자욱은 이 감독과 함께했던 시간을 회상하면서도 삼성의 승리를 위해 뛰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승엽 감독님이 야구장에 돌아오셔서 기쁘고, 팬들도 기뻐하신다”면서도 “승리는 우리 박진만 감독님께 안겨드리고 싶다. (두산전도) 똑같은 한 경기라고 생각한다. 그저 경기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이 감독도 구자욱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어제(25일) 실내연습장에서 잠깐 만났다”며 “상대팀 선수지만, 예전에 같이 뛰었던 팀 메이트이기도 했다. 잘하는 모습을 보니 좋더라. 구자욱은 삼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금의 환경에서 서로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나도 두산에 적응이 되지 않았나. 늘 말씀드렸듯 냉정해져야 하고,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고 다시금 승부욕을 드러냈다.
대구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