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8년 만에 오른 K리그1 무대. 구단 구성원들은 겸손한 자세로 “우리의 목표는 생존”이라고 외쳤는데, 성적은 전혀 다른 양상이다. 9라운드까지 마친 ‘하나원큐 K리그1 2023’에서 5승2무2패, 승점 17로 당당히 3위다.
리그 2연패를 노리는 선두 울산 현대(7승1무1패·승점 22), 창단 50주년을 맞은 2위 포항 스틸러스(5승4무·승점 19)만 위에 있다. 하지만 대전하나는 이들과 맞대결에서 승점 4를 따냈다. 울산은 2-1로 꺾었고, 포항과는 득점 없이 비겼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대전하나는 9차례나 리그를 제패한 전북마저 26일 원정에서 2-1로 격파했다.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수년간 치열하게 우승을 다퉈온 울산과 전북을 모두 제압한 팀은 대전하나뿐이다.
강한 화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바특급’ 티아고가 4골·2도움, 다용도 2선 공격수 이진현이 3골·4도움, 토종 골잡이 김인균이 2골·1도움을 뽑았다. 덕분에 대전하나는 현재 18골로 FC서울과 함께 팀 득점 1위에 올라있다. 2022시즌 K리그2에서 최다 득점(70골)을 기록한 저력을 더 높은 수준의 K리그1에서도 그대로 발휘하고 있다. 과거 전북의 팀 컬러였던 ‘닥공(닥치고 공격)’을 이제는 대전하나가 물려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여기까지 오는 동안 역경과 혼란도 적지 않았다. 선수시절 명 수비수로 이름을 날린 이민성 감독(50)은 안정적 플레이를 선호했고, 지금도 그렇다. 비슷한 팀 구성이라면 공·수가 톱니처럼 맞물리는 밸런스 축구에 높은 점수를 준다.
대전하나 이민성 감독.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러나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진 않는다. 상황에 맞게 과감히 방향을 틀 자세도 갖추고 있었다. 2020년 12월 부임해 2021시즌부터 대전하나를 이끌며 K리그1까지 승격한 올해 초 1+1년 재계약을 한 이 감독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공격축구가 가장 잘 맞는 옷임을 확인했다.
“균형감을 입히고 싶은데, 우리는 수비를 참 못한다. 부지런히 뛰는 수비수들에게는 미안해도 어쩌겠나? 미래는 모르겠다. 내가 감독으로 있는 만큼은 계속 공격적 플레이를 해야 할 것 같다.”
서로의 전력이 훤히 드러나는 스포츠에서 단점을 감추긴 어렵다. 여기서 리더의 선택이 중요하다. 이 감독은 ‘공격’이란 장점을 살리기로 결심하고 실천에 옮겼다. 어느 팀을 만나든 과감히 라인을 올리고, 늘 전방으로 볼을 전개하고, 모든 공간을 차단해 최전선부터 강한 압박에 나서는 대전하나에 모두가 혀를 내두른다.
선수들의 만족감도 높다. 베테랑 주세종은 “라인을 내리면 상대만 이롭다. 전진하며 볼을 쟁취하고 1대1 상황을 계속 만들면, 편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현 역시 “우리는 한계가 없다. 팀 컬러에도 익숙해졌다. 주도적 축구를 하며 자신감과 결과를 모두 얻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