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치국. 스포츠동아DB
그러나 2021시즌 중반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마운드를 떠났다. 긴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2022시즌에도 크고 작은 부상이 되풀이돼 15경기 등판에 그쳤다. 특히 팀이 정규시즌 9위(60승2무82패)에 그친 지난해 불펜의 불안이 발목을 잡은 점을 고려하면, 박치국의 부재는 더욱 뼈아프다.
지난 2년간 아쉬움이 컸던 만큼 올 시즌에 임하는 각오는 남달랐다.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기 전부터 착실히 준비과정을 거쳤고, 시범경기 때도 6게임에 등판하며 컨디션에 문제가 없음을 알렸다. 정규시즌 12경기에선 1승1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ERA) 2.79를 기록 중이다.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3실점한 1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을 제외한 나머지 11경기에선 단 1점도 허락하지 않았다.
단순히 기록만 좋은 게 아니다. 직구 평균구속도 한창 좋았을 때의 수준인 144㎞까지 올라왔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움직임도 좋다. 사이드암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승부가 가능한 터라 그만큼 활용폭도 넓다. 앞선 투수에게서 물려받은 13명의 주자 가운데 1명만 홈에 들여보낸(승계주자 실점률 7.6%) 안정감 또한 돋보인다.
아픈 기억을 빠르게 털어내는 모습이 눈에 띈다. 19일 한화전에서 무너진 뒤 이틀 뒤(21일) 잠실 KT 위즈전에 구원등판해 1.1이닝을 1탈삼진 퍼펙트 피칭으로 봉쇄하고 세이브를 따냈다. 2019년 이후 4년만의 세이브다. 이 때부터 2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3연속경기 무실점으로 쾌조의 흐름을 이어갔다.
박치국의 역투 덕분에 두산 마운드에도 한층 더 힘이 생겼다. 박치국과 정철원, 홍건희가 지키는 두산 필승계투조는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 위력을 자랑한다. 좌완 이병헌, 우완 스리쿼터 최지강 등 영건들도 적재적소에서 힘을 보탠 덕분에 선택지까지 넓어졌다. ‘계산이 서는’ 불펜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은 장기 레이스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다. 모든 게 박치국이 건강하게 돌아온 덕분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