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들 촬영하는 마코토 감독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7일 서울 용산구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돌풍에 대해 재치있게 답변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 300만 돌파 약속 내한 인터뷰
한국 젊은 층들 예스 재팬세대?
양국 재밌는 콘텐츠 즐긴 것 뿐
한국 영화 장점은 강력한 각본
‘부산행’ ‘엑시트’ 그야말로 충격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의 신카이 마코토(50) 감독이 27일 한 달 반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영화가 300만 관객을 돌파하면” 다시 내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지진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으려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3월 8일 개봉해 300만 돌파는 물론 26일까지 497만 관객을 모아 국내에서 개봉한 역대 일본 영화 및 올해 개봉한 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한국 젊은 층들 예스 재팬세대?
양국 재밌는 콘텐츠 즐긴 것 뿐
한국 영화 장점은 강력한 각본
‘부산행’ ‘엑시트’ 그야말로 충격
서울, 부산, 제주 일부 극장에서 관객들과 직접 만나 감사 인사를 전하기로 한 신카이 감독은 이에 앞서 이날 오후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용산에서 취재진들과 먼저 만났다. “한국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에 정말 감격했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흥행을 예상했나.
“사실 영화가 12년 전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일본 사회를 자세히 그리고 있기 때문에 한국 관객이 공감하며 봐주실지 불안했습니다. 그런데도 젊은 관객들이 많아 봐주셔서 정말 기뻐요.”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잘 모르겠어요. 오히려 제가 한국 관객들에게 (영화의)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여쭤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다만 저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온 지난 20년간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관계와 관계없이 신작이 개봉할 때마다 늘 한국을 찾아 관객과 소통해 왔어요. 그런 소통의 결과가 이번에 이런 좋은 결과를 얻게 한 게 아닌가 싶어요.”
-최근 일본 매체들이 한국에서의 일본 애니메이션 열풍에 대해 ‘한국 젊은 세대는 ‘예스 재팬 세대’라고 분석했다.
“그저 한국과 일본 양쪽 모두 서로의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저항이 없어진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크게 흥행한 것처럼 한국에서는 케이(K)팝과 한국드라마가 엄청나게 인기를 끌고 있거든요. 한국 관객들이 ‘스즈메의 문단속’이나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일본 것’이라서 좋아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저 재미있는 콘텐츠를 즐긴 것뿐이죠. 케이팝을 즐기는 이유도 좋은 노래이기 때문이라 생각하고요.”
-재미있게 본 한국 애니메이션이나 애니메이션화했으면 하는 한국영화가 있나.
“아직 한국 애니메이션을 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한국에는 정말 훌륭한 영화가 많다고 생각해요. 한국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강력한 각본에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부산행’과 ‘엑시트’를 보고 충격을 받았죠. 뛰어난 각본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정말 히트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훌륭하고 강력한 각본을 만드는 한국에서 아직 글로벌하게 흥행한 애니메이션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오히려 궁금하죠.”
-영화가 한국에서 실사화한다면 주인공으로 맡길 배우가 있는지.
“제가 애니메이션 감독이라서 ‘사람’ 배우에게는 큰 흥미가 없어요. 하하! 그래서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배우들도 이름을 아는 분들이 거의 없죠. 최근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한국 걸그룹 아이브예요. 가장 많이 듣는 노래도 아이브의 ‘아이엠’이죠. 그런데도 아이브 멤버들의 이름을 하나도 외우지 못할 정도니까요. 하하.”
-지난 한국 방문 때 ‘차기작의 아이디어를 얻고 가길 바란다’고 말했는데.
“그때 일정이 너무 많아 그러질 못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제주도에서도 무대 인사를 할 예정이라 처음 보게 될 제주도 풍경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사실 다른 나라에 갈 때마다 현지 관객들이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해요. 하지만 아무래도 제가 나고 자란 곳이 일본이라 차기작도 배경은 일본일 것 같아요. 하지만 주인공들은 한국 등 다른 나라 인물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