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현에게 뜻밖의 사고가 닥쳤다.
27일 방송된 JTBC 수목드라마 ‘나쁜엄마’(연출 심나연, 극본 배세영)의 수상한 행보가 시작됐다. 그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오태수(정웅인 분) 의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 이를 위해 우벽그룹 송우벽(최무성 분) 회장의 양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영순(라미란 분)은 예기치 못한 통보에 가슴이 미어졌지만 “너 하나 잘살면 그만”이라며 강호의 선택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단호하고 매정하게 돌아서는 아들을 잡지도 막지도 못하는 영순이 안타까움을 자아낸 가운데, 돌연 덤프트럭 한 대가 강호의 차를 덮치며 충격적인 엔딩을 장식했다. 시청률도 상승했다. 2회 시청률은 4.3% 수도권 4.8%(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이날 방송에는 강호와 송우벽의 특별한 관계가 그려졌다. 검사가 된 강호는 우벽그룹 송회장의 법적 문제를 공사 구분 없이 해결하며 총애를 받아왔다. 강호가 사는 집이며 타는 차까지 모두 송우벽이 지원할 만큼 아들과 아버지 못지않은 사이였다. 그러나 고향 조우리를 떠난 이후로 엄마 영순과는 왕래는 물론 연락도 뜸한 지 오래였다. 영순은 강호가 실력 있고 유능한 검사라 바쁜 것이리라 여기며, 아들을 위한 생일 음식을 한가득 싸 들고 서울로 향했다. 하지만 강호는 그런 엄마의 마음을 모른 체하며 영순을 문전박대로 돌려보냈다.
그런 가운데 강호는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른 오태수에게 접근했다. 그의 외동딸 오하영(홍비라 분)의 존재를 알고 우연을 가장해 다가갔고, 이후 그와 연인으로 발전하며 오태수를 마주하게 됐다. 오태수는 강호의 사법연수생 시절 첫 만남부터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다. 그를 딸의 연인으로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더욱 의뭉스러웠다. 오태수는 강호에게 “너한테는 이상한 냄새가 나”라며 딸 오하영과 헤어질 것을 종용했다. 그리고 오태수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강호는 오태수의 정계 활동에 치명타가 될 비밀을 쥐고 있었다. 오태수가 비서로 두고 있던 황수현(기은세 분)이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이었다.
유전자 검사 결과지를 전해 받은 송우벽은 통쾌해 했다. 강호는 “대통령 오태수만 손에 넣으면 그 누구도 감히 우벽을 건드릴 수 없습니다”라고 운을 떼며, 송우벽에게 양아들로 받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되면 우벽그룹을 지켜야 할 송우벽은 오태수를, 위험한 비밀을 지켜야 할 오태수는 최강호를, 그리고 자신은 아버지를 얻게 된다며 “누구 하나 배신할 수 없는 사이, 가족이 되는 것”이라고 전략적인 관계를 제안했다. 이에 송우벽은 오태수를 찾아가 친자확인서를 들이밀며 강호를 자신의 호적에 올리겠다고 밝혔다.
조우리 사람들은 강호가 약혼자를 데리고 온다는 소식에 분주했다. 이미 영순네 마당은 잔칫집 분위기였다. 아들을 검사로 키운 것도 모자라 국회의원과 사돈까지 맺게 된 영순의 이야기에 누군가는 진심으로, 또 누군가는 시샘으로 함께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다. 촌스러운 옷차림에 머리부터 화장까지 어설픈 꽃단장을 마친 영순은 어느 때보다 설레고 들뜬 모습이었다.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강호는 영순에게 입양 동의서를 건네며 송우벽 회장의 양자로 들어갈 것이라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전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바라던 게 이거 아니었어요?”라는 강호에게 영순은 아무 답도 하지 못했고, 결국 이것 또한 아들을 위한 일이라 여기며 도장을 찍었다.
무서우리만치 독해진 강호에게 부모와 자식의 천륜도 소용없었다. 끝까지 뒤따라 나와 붙잡는 영순을 뿌리치고, 강호는 오하영과 다시 서울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그런 강호의 마음도 마냥 편할 수만은 없었다. 그의 복잡한 표정을 읽은 듯, 오하영은 강호를 대신해 운전대를 잡았다. 강호가 조수석에서 곤히 잠든 사이, 하영은 바람에 날아간 스카프를 줍기 위해 차에서 내렸다. 바로 그때 덤프트럭 한대가 달려와 강호가 타고 있던 차를 들이받았다. 형체를 잃은 채 가파른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차를 본 오하영은 오열했다. 예고도 없이 찾아온 사고는 영순, 강호 모자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을 짐작하게 하며 다음 이야기를 기대케 했다.
‘나쁜 엄마’ 영순과 ‘냉혈 검사’ 강호의 모자 관계가 역전됐다. 남편 해식(조진웅 분)의 죽음에 영순이 아들을 어긋난 애정으로 완벽히 가뒀다면, 강호는 엄마를 원망과 애증으로 완벽하게 외면했다. 눈빛마저 달라진 강호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특히 그가 태어나기 전인 오랜 과거에 영순과 해식의 행복을 무참히 짓밟은 ‘악의 동맹’ 오태수, 송우벽과 손을 잡은 것이 필연인지 우연인지 이목이 집중됐다. 이들의 위험한 삼자대면 속에서 강호에게 주어진 첫 번째 미션은 오태수와 황수현의 일을 없던 일로 만들라는 것. 한 바닷가 선착장에서 황수현과 아이를 태운 차를 밀어버리는 강호의 극악무도함은 젊은 시절의 오태수, 송우벽과 닮아 있었다. 얼굴 하나 바뀌지 않고 이를 ‘처리’했다고 보고하는 그의 서늘한 눈빛이 소름을 유발했다.
무엇보다 첫 회에서 탄탄히 쌓아 올린 이야기는 2회에서 더욱 거세게 휘몰아쳤다. 강호가 그린 빅 픽처에는 어떤 비밀과 계획이 숨어있을지, 전혀 예기치 못했던 사고 뒤에는 어떤 후폭풍이 불어 닥칠지 궁금증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처럼 파격적인 전개와 충격적인 엔딩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회를 거듭하며 한층 짙어진 서사와 감정선을 폭발적인 열연으로 풀어낸 라미란, 이도현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또 안은진, 강말금 등 등장하는 배우들이 호연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