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CBS스포츠의 축구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축구 선수 출신 티에리 앙리와 제이미 캐러거가 10일(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동점골을 터뜨린 맨체스터 시티의 케빈 더 브라위너의 위상을 두고 논쟁을 폈다.
축구사를 수놓은 위대한 미드필더들과 견줘 어느 위치에 있는지 서로 다른 주장을 편 것.
이를 보도한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벨기에 대표팀 코치로 6년 동안 더 브라위너를 지도한 경험이 있는 앙리는 선수시절 바르셀로나 팀 동료였던 사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비교하며 더 브라위너가 이미 그들과 같은 수준이라고 치켜 세웠다. 반면 캐러거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성과를 내야만 위대한 미드필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먼저 앙리의 주장.
앙리는 “케빈의 두뇌는 내가 본 것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의 두뇌는 어떤 부분에서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케빈을 보면 우리와 함께 있지 않은 것 같고, 우리는 케빈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인생에서 지금껏 본 가장 영리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의 사고방식은 누구보다 뛰어나다. 벨기에 대표팀에서 6년 동안 그를 지켜봤고, 훈련과 경기에서 그가 한 일들을 봤기 때문에 그를 좀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는 완벽주의자이고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케빈, 그의 두뇌, 나는 여전히 내가 본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으며, 그것은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것 같다”고 더 브라위너의 축구 지능을 극찬했다.
다음은 캐러거의 견해.
그는 더 브라위너의 능력은 인정하면서도 월드컵이나 챔피언스리그 같은 최상위 경쟁 무대에서 결과를 내야만 위대한 미드필더 반열에 오를 것이라고 짚었다.
캐러거는 “더 브라위너가 맨시티를 챔피언스리그 챔피언에, 트레블에 올려놓을 수 있다면 그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며 “그의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항상 가장 중요한 순간, 가장 큰 토너먼트에서 선수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경기 전 루카 모드리치와 그를 비교한 이유다. 모드리치는 발롱도르를 수상했고 UCL에서 5번이나 우승했으며 월드컵 결승전에서 뛰었다. 우리는 그의 세대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이 아니라 우리가 본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30~40년 동안 축구를 봐왔지만 이보다 더 좋은 선수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보다 더 좋은 패스는 본 적이 없지만 그는 챔피언스리그(우승컵)이 필요하다. 그는 그것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필수적인 부분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이니에스타, 사비, 모드리치와 같은 급으로 올라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축구 선수 출신 미카 리차즈는 캐러거에게 그의 리버풀 시절 동료인 스티븐 제라드보다 더 브라위너가 나은 선수인지 물었다.
이에 캐러거는 “지금은 아니다”면서 “제라드에게는 이스탄불의 순간이 있다. 나는 제라드가 더 브라위너보다 훨씬 더 낫다고 말할 수 없다. 토론이 옆길로 샐 수 있다. 하지만 스티븐은 이스탄불의 순간을 가지고 있다. 한 경기였지만 스티븐 제라드를 떠올리면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는 순간이다”라면서 “우리는 아직 케빈 더 브라위너와 함께 최고 수준의 순간을 경험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이 그 시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탄불의 순간은 2005년 리버풀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UCL 결승전에서 AC밀란에 전반에만 3골을 내줘 패색이 짙었지만 후반 제라드의 골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3-3 동점을 만든 후 승부차기에서 이겨 빅 이어(UCL 우승컵)를 들어올린 경기를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선 ‘이스탄불의 기적’으로 표현한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