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가 2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선린인터넷고를 12-3으로 완파하고 1947년
야구부 창단 이후 첫 황금사자기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박계원 감독을 헹가래치며 환호하는 부산고 선수들. 목동 | 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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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는 2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동아일보사·스포츠동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주최) 결승전에서 선린인터넷고를 12-3으로 꺾고 우승했다. 1947년 야구부 창단 이후 첫 황금사자기 우승이다. 이로써 지역 라이벌 경남고보다 먼저 고교야구 4대 메이저대회(황금사자기·대통령배·봉황기·청룡기) 정상을 차지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이날 6이닝 3실점으로 역투한 선발투수 성영탁은 경기 후 ‘우승하기까지 도움을 준 많은 이가 생각날 것 같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가 우승할 수 있던 이유는 동문 선배님들의 지원 때문”이라고 입을 뗀 뒤 “훈련환경이 계속 좋아진 덕분에 야구 실력도 키울 수 있었다. 특히 많이 지원해주신 추신수 선배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부산고는 2021년 추신수에게 3억 원을 기부 받아 오래된 전구탑을 LED조명등으로 바꾸고, 추신수의 이름을 딴 실내연습장 ‘추신수관’을 세웠다. 여기에 추신수는 지난해 5000만 원 상당의 야구용품을 후원하기도 했다. 이에 박계원 부산고 감독은 “모교를 위해 기부를 실천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선뜻 지원을 결정해준 추신수 선수에게 감사하다”며 “덕분에 선수들이 폭염, 장마처럼 훈련이 어려운 날씨에도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부산고에도 다시 전성기가 찾아온 듯하다. 부산고는 지난해 봉황기 우승 이전까지 21년간 전국대회 결승 문턱에도 오르지 못했지만,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이던 황금사자기를 품으면서 2년 연속 전국대회 우승을 달성했다.
SSG 추신수가 모교 부산고에 3억 원을 기부해 세운 실내연습장 ‘추신수관’과 야구용품을 지원 받은 부산고 선수들. 사진제공 | SSG 랜더스
부산고의 우승 소식을 접한 추신수는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내줘 고맙지만, 사실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며 “나도 고교 시절 선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야구를 할 수 있었다. 모교에 좀더 빨리 도움을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지금의 후배들도 있지만, 그 전에 뛰던 후배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고의 우승은 나의 지원 때문이 아닌 감독님을 비롯한 모든 선수단이 함께 노력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