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구승민.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숫자에 집착하면 부담이 될 수 있다. 기록은 계속해서 쌓여가지만, 그래도 보지 않으려 한다.”
롯데 자이언츠 구승민(33)은 구단의 불펜투수 역사를 이끌어가는 존재가 됐다. 23일 사직 NC 다이노스전에서 시즌 10번째 홀드를 챙겨 구단 최초의 4연속시즌 두 자릿수 홀드를 달성하더니 2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홀드 1개를 보태 역대 롯데 구단 최다인 97홀드를 찍었다. 강영식 롯데 불펜코치가 갖고 있는 종전 최다 96홀드를 넘어섰다. 2006년 말 삼성 라이온즈에서 트레이드돼 롯데 유니폼을 입은 강 코치는 2007년부터 11시즌 동안 96홀드(통산 116홀드·삼성 20홀드)를 기록했다.
구승민은 “강 코치님께 기록 경신을 앞두고 먼저 말씀드린 적이 있다. 하지만 코치님은 기록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내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셨는지 묵묵히 응원해주셨다”며 “누구보다 내가 헤쳐 나가야 할 상황들을 잘 아시는 분이고, 늘 큰 힘이 돼주시는 분이다. (기록 달성을) 뿌듯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 코치는 “아끼는 후배인 (구)승민이가 기록을 경신해 축하해주고 싶었다”며 “나는 (롯데에) 이적생으로 왔기 때문에 언젠가 깨어질 기록이었다”고 웃었다.
막내 시절 베테랑이던 강 코치가 홀드를 작성하는 모습을 지켜본 구승민은 어느덧 롯데 불펜의 리더가 됐다. 올 시즌에는 김상수, 윤명준, 신정락 등 베테랑이 합류해 어깨에 짊어진 짐을 조금은 덜었지만, 책임감은 여전하다. 구승민은 “(김)원중이와 둘이서만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는데, 형들이 와 정말 큰 도움이 된다”며 “모범이 되는 형들을 보며 배우고, 이 다음에는 형들처럼 후배들을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롯데 구승민.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구승민은 기량 면에서도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올 시즌에는 22경기에 구원등판해 11홀드, 평균자책점(ERA) 2.91을 기록 중인데, 마무리투수 김원중과 합심해 롯데가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승률 0.960(24승1패)으로 선전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 역시 “구승민과 김원중은 우리 팀 투수파트의 좋은 리더”라며 “야구장 안에선 늘 ‘내게 공을 달라. 내가 나가 던지겠다’는 자세로 좋은 본보기가 돼준다. 단순히 말뿐만이 아닌 행동으로도 보여주는 리더”라고 치켜세웠다.
구승민은 올 시즌 안에 또 하나의 기록 달성을 앞두고 있다. 올 시즌 20홀드를 작성하면 안지만(삼성·2012~2015년)이 갖고 있는 KBO리그 역대 최다 4연속시즌 20홀드와 타이를 이룬다. 그럼에도 그는 “숫자에 집착하면 부담이 될 수 있다. 기록은 계속해서 쌓여가지만, 그래도 보지 않으려 한다”며 “지금까지 쌓은 기록들은 모두 과거에 이룬 것들이다. ‘앞으로도 꾸준히’라는 생각으로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던지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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