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공자’에서 무자비한 킬러를 연기한 김선호가 “싸이코패스를 다룬 영화 ‘시계태엽오렌지’와 욕설이 많이 나오는 영화 ‘신세계’를 보고 참고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스튜디오앤뉴

영화 ‘귀공자’에서 무자비한 킬러를 연기한 김선호가 “싸이코패스를 다룬 영화 ‘시계태엽오렌지’와 욕설이 많이 나오는 영화 ‘신세계’를 보고 참고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스튜디오앤뉴


첫 스크린 주연작 ‘귀공자’에서 킬러로 변신한 김선호

“숨 막히는 질주에 고난도 총기액션까지
욕설 연기 ‘신세계’ 돌려 보면서 배웠죠
끝까지 믿어주신 박 감독님 감사합니다”
온 몸에 피 칠갑을 하고도 태연하다. 따뜻했던 눈빛은 시종일관 광기로 번뜩인다. 드라마 속 다정하고 로맨틱했던 배우 김선호(37)가 무자비한 킬러 역을 맡아 데뷔 이후 가장 파격적으로 변신했다. 그가 변신의 무대로 삼은 영화 ‘귀공자’(제작 영화사금월)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필리핀 혼혈 복싱선수 마르코(강태주)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영화의 타이틀롤을 맡아 목적을 숨긴 채 마르코를 뒤쫓으며 끔찍한 살육을 반복한다. 1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선호는 연기를 위해 높은 폭력성으로 인해 한국 및 일부 국가에서 상영 금지 처분을 받았던 1971년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의 주인공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영화부터 관련 유튜브 영상까지 모두 찾아봤다. 이 끔찍한 일 자체를 즐기는 광인을 연기하려 했다”고 돌이켰다.


●“‘신세계’ 보여 욕 연기 배워”

추격자 역할이니 만큼 촬영 내내 달리고 또 달렸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힘들었지만 자신 보다 더 많이 뛰고 구르는 후배 강태주를 보며 차마 힘들다는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고소공포증을 견디며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고난도의 총기액션과 카체이싱도 소화했다. “논산훈련소 조교로 군 복무할 때 장총을 사용해서 극중에서도 장총을 쓰면 더 멋있는 액션을 보여드렸을 텐데 권총 액션이라 좀 아쉬웠어요. 제가 운전도 잘하는 편이 아니라 카체이싱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편집의 힘’으로 잘 살려주셨죠.”

욕설 연기도 쉽지 않았다. 평소 욕을 잘 하지 않아 욕설을 내뱉을 때마다 박훈정 감독으로부터 “욕이 너무 호의적이다”라는 핀잔까지 들었다. “친한 친구들과 함께 있으며 간혹 욕을 하긴 하지만 되도록 안하려 하거든요. 또 장난으로 하는 욕과 ‘찰진 욕’은 다르더라고요. 감독님의 전작인 ‘신세계’를 보면서 소리 지르지 않아도 무섭게 욕하는 법을 배웠죠.”


●“끝까지 믿어주신 박훈정 감독님 감사”


이번 영화는 그에게 더욱 특별하다. 파격적 연기 변신, 데뷔 14년만의 첫 스크린 주연작 등의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2021년 불거진 사생활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해야 했던 그의 매체 복귀작이기 때문이다. 당시 논란으로 인해 출연하려던 작품들로부터 줄줄이 하차 통보를 받았던 그는 “김선호 여야만 한다”는 박 감독의 믿음으로 영화를 지켰다. “감독님과 모든 제작진분들께 죄송하고 송구스러웠습니다. 감사하게도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께서 ‘너만 괜찮다면 우린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이미 촬영이 미뤄졌고 제가 하차하게 되면 더 큰 손해가 발생하는 상황이었죠. 더 이상 누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집중해서 최선을 다해 연기하려고 했죠.”

그랬기에 긴장 속에 진행했던 첫 촬영을 더욱 잊을 수 없다. 힘든 액션도 없는 대화 장면이었지만 박 감독 앞에서 연기를 제대로 펼쳐야 한다는 긴장감에 벌벌 떨었다. “콜라를 마시며 대화하는 장면이었는데, 그 촬영 때만 콜라를 무려 7병이나 마셨어요. 가뜩이나 첫 촬영에 유난히 긴장하는 스타일인데 계속 트림까지 나와서 혼났죠. 그때 감독님께서 한숨을 푹 쉬시는데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