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축구대표팀 클린스만 감독과 코치진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클린스만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대표팀 비소집기간의 기자회견은 흔치 않은 데다, 감독 홀로가 아니라 코칭스태프 전원이 참석해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계획된 행사”라고 설명했으나, 공교롭게도 6월 A매치 2연전을 아쉬운 성적(1무1패)으로 마친 터라 더 주목받았다.
‘클린스만호’는 출범 후 A매치 4경기에서 2무2패에 그쳤다. 3월 콜롬비아(2-2 무)~우루과이(1-2 패), 6월 페루(0-1 패)~엘살바도르(1-1 무)를 상대로 1승도 챙기지 못했다. 한국을 이끈 외국인 사령탑들 중 취임 후 4경기 동안 승리가 없는 이는 클린스만 감독이 처음이다.
본의 아니게 청문회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여유로운 표정과 함께 사람 좋은 웃음을 자주 보였으나, 만족스러운 흐름이 아니라는 것을 부정하진 않았다. “골을 더 넣고 이겼어야 했다. 결정력을 높이고 찬스를 살려야 한다. 수비 집중력도 높여야 한다. 최대한 빨리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축구대표팀 클린스만 감독과 코치진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클린스만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당연히 부정적 부분만 언급하진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상대에 비해 좋은 경기력을 보인 시간이 충분했다. 선수들은 항상 배우려 했고, 이해하는 자세가 좋았다. 이런 모습으로 다음 소집에 임한다면 결과를 얻을 것이다. 모두가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역설했다.
그 대신 지금은 대표팀이 발전하는 과정,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라는 점을 주지시켰다. 그는 “아시안컵이 가장 중요하다. 이미 대비하고 있다. (조별리그 상대인) 요르단, 바레인을 분석 중이다. 최고의 인원으로 최고의 팀을 꾸려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만 ‘팀 컬러’에 대해선 조금 입장이 달라졌다. 부임 직후 “1-0보다 4-3 승리가 좋다”고 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여전히 공격축구를 선호한다. 전방 압박, 높은 수비라인을 구축하는 축구를 원한다”면서도 “내 철학과 달리 많은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여러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감독이 원하는 축구보다 선수들이 잘하는 부분과 최선의 조합을 고민하는 게 먼저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상과 현실을 절충하겠다는 의미다.
클린스만 감독의 조력자들도 희망을 언급했다. 헤어초크 코치는 “한국은 강한 멘탈을 지닌 훌륭한 팀이다. 골 결정력과 박스에서 움직임, 팀 수비를 보완하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온다”고 자신했고, 파울루 벤투 전 감독(포르투갈)과 지난해 카타르월드컵 여정을 함께한 뒤 ‘클린스만호’에도 합류한 김 코치는 “빌드업 플레이처럼 기존의 잘된 부분과 지금의 방향을 잘 접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축구 스타일과 방식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