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생 : 새 이야기
곽정식 지음
294쪽·1만8000원·자연경실
제목만 보고는 ‘조○○’ 선생의 일대기나 성공담쯤이라 여겼다. 그런데 아니었다. ‘조선생’의 ‘조’는 ‘새 조(鳥)’, 그래서 부제가 ‘새 이야기’이다.
저자 곽정식은 이미 한자 이름에 ‘벌레 충(蟲)’자가 들어가는 곤충들을 모아 엮은 ‘충선생(2021년)’을 쓴 바 있다. 그리고 2년 만에 이번엔 21마리의 새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까치, 까마귀, 참새는 물론 물 건너온 공작, 칠면조, 타조와 같은 외래 새들과 제비, 뻐꾸기, 독수리 등 철새 이야기다. ‘충선생’에서 다하지 못했던 삶의 곡진한 이야기들을 이번엔 새를 통해 풀어놓았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우리들 마음속에 다른 묶음으로 존재했던 곤충류, 조류, 인류가 사실 별개의 존재가 아닌, 온 우주에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단지 ‘새’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새를 통해 자연의 소중함, 생명의 존귀함을 동서양의 문화와 역사, 철학을 기반으로 쉽고 편하게 들려준다. 쉽게 읽히는 책이지만, 그 안에는 지식과 지혜가 한 가득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새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금강, 만경강, 동진강이 가까운 곳에서 살았는데 그곳에는 새가 많았다. 텃새가 10% 정도, 나머지는 모두 철새였다. 새들은 체온이 높아 늘 물을 찾아다닌다.

겨울철새인 황새. 동양에서는 학을 상서롭게 보지만 서양에선 황새를 길조로 여긴다. 사진제공 l 자연경실
“철새는 한 번에 같이 납니다. 똥과 오줌도 같이 한 번에 싸죠. 이렇게 날 때마다 한 번씩 땅에다 비료를 주는 겁니다.”
새를 관찰하는 일이 재미있었다. 우는 새들은 대부분 작은 새들이고, 덩치가 큰 새들은 오후에 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리딩(reading) 파워’의 시대에서 ‘스피킹(speaking)’을 지나 ‘리스닝(listening) 파워’의 시대다. 저자는 더 나아가 ‘애스킹(asking) 파워’를 이 책에 담았다고 했다. “왜 그랬지”, “왜 뻐꾸기는 여기까지 오는 걸까.”
저자는 책의 말미에 “새도 직선으로만 날지 않는다. 자연과 생명의 길은 직선이 아닌 곡선의 길이다”라고 적었다. 인생과 자연을 바라보는 저자의 깊은 통찰력이 느껴지는 문장이다. 저자는 “관찰을 통해 통찰을 얻는다”고도 했다. 자연과학적 사고와 인문과학적 통찰력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놀라울 정도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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