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페디, 두산 알칸타라, LG 플럿코, 키움 안우진(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KBO리그 역사를 통틀어도 규정이닝 1점대 이하 ERA는 총 21회에 불과하고, 그 중 20회는 1990년대까지 나왔다. 2010년 류현진의 기록은 그만큼 뛰어나다. 그 후 2015년 KIA 타이거즈 양현종(1.77)과 2020년 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1.95), 지난해 SSG 랜더스 김광현(1.65)과 윌머 폰트(1.96)가 1점대 이하 ERA로 전반기를 마쳤지만, 시즌 끝까지 이를 유지하진 못했다.
규정이닝을 채우며 1점대 이하 ERA를 기록했다는 것은 시즌 내내 엄청난 안정감을 유지했다는 의미다. 또 시즌이 거듭될수록 체력 부담이 커지는 데다, 이닝이 쌓일수록 ERA가 나빠지긴 쉬운 반면 좋아지긴 어려운 구조라 꾸준한 투구가 뒷받침돼야만 도전할 수 있다. 당장 올 시즌 안우진(키움 히어로즈)만 해도 6월 22일까지는 1.61이었던 ERA가 전반기 막판 3경기에서 17.2이닝 13자책점으로 흔들린 탓에 2.44까지 악화됐다. 2010년 류현진 또한 전반기 1.57이었던 ERA가 최종적으로는 1.82까지 올라갔다. 그만큼 1점대 이하 ERA는 달성하기 쉽지 않은 기록이다.
올 시즌 현재로선 에릭 페디(NC 다이노스)와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가 규정이닝 1점대 이하 ERA에 도전하고 있다. 페디는 15경기에서 12승2패, ERA 1.71(89.2이닝 17자책점)로 전반기를 마쳤다. 시즌 개막부터 꾸준히 1점대 이하 ERA를 유지했다는 게 놀랍다. ERA가 가장 나빴을 때의 기록도 1.74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중 가장 높은 1.89(리그 평균 1.04)의 땅볼(100개)/뜬공(53개) 비율은 페디가 꾸준히 호투할 수 있는 비결이다. 페디도 “좋은 ERA는 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1점대 이하 ERA를 유지하고 싶다. 이 기록에는 자부심과 욕심이 있다”고 밝혔다.
알칸타라는 17경기에서 9승3패, ERA 2.03(106.2이닝 24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투구 내용만 살펴보면 20승2패, ERA 2.54로 마쳤던 2020시즌보다 오히려 발전했다는 평가다. 2점대 ERA로 전반기를 마쳤지만, 2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까지 1점대 ERA(1.97)를 유지했던 터라 후반기 투구에 관심이 쏠린다.
이밖에도 17경기에서 11승1패, ERA 2.21을 마크 중인 아담 플럿코(LG 트윈스)와 17경기에서 6승5패, ERA 2.44를 기록 중인 안우진도 아직은 포기할 단계가 아니다. 과연 류현진의 뒤를 이을 규정이닝 1점대 이하 ERA의 주인공이 올해는 나타날 수 있을까.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