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정대영. 사진제공 | GS칼텍스 배구단
지난 시즌 높이에 약점을 보인 GS칼텍스로선 정대영만한 선택지가 없었다. 한수지 홀로 버티던 가운데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GS칼텍스가 정대영에게 1년 최대 3억 원(연봉 2억5000만·옵션 5000만)의 계약을 안긴 이유다. 정대영이 베테랑으로서 후배 미들블로커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는 판단에만 그치지 않았다. 구단은 “정대영이 지난 시즌 높이에서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나이를 잊은 활약”이라고 치켜세웠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도 “여전히 기량이 뛰어나다”며 “기량은 물론 코트 안팎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선수”라고 거들었다.
다만 정대영에게는 결코 쉬운 선택만은 아니었다. 정대영은 GS칼텍스에서 2007~2008시즌부터 6시즌 동안 뛴 적이 있지만, 당시 사령탑이나 동료 선수들 모두 떠나고 없어 새로 적응해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시 코치를 지내고 있던 차 감독이 남아있는 정도다. 현재 일본 이바라키현 히타치나카에서 전지훈련 중인 그는 “모든 이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며 “GS칼텍스와 계약하기까지 많이 고민했다. 40대 나이에 익숙한 환경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GS칼텍스 정대영(오른쪽)과 제천여중 배구부에서 뛰는 딸 김보민 양. 사진제공 | GS칼텍스 배구단
정대영은 나이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어 했다. 제천여중 배구부에서 뛰는 딸 김보민 양에게도 계속해서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했던 이유다. 그는 “배구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은퇴를 앞둔 선수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이어 “딸에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보민이는 과묵한 편인데, 내게 ‘대단하다’며 응원해주더라. 딸을 위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가끔 보민이와 프로무대에서 함께 뛰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현실적으로 힘들겠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보겠다.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