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촬영소 조감도. 사진제공ㅣ부산 기장군
해당 부지에 주민지원금 500억원 투입
주민 반발 대응 방안 없이 사업만 축소
기장 주민 “‘빛 좋은 개살구’인 촬영소 사업 반대”
수년 전부터 부산 기장군 장안읍 기장도예촌에 7만 5000여㎡ 규모로 추진 중인 부산촬영소가 착공조차 들어가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주민 반발 대응 방안 없이 사업만 축소
기장 주민 “‘빛 좋은 개살구’인 촬영소 사업 반대”
6일 기장군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부산촬영소 건립 추진 관계기관 4차 회의가 기장군에서 열렸으나 이번에도 착공을 위한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위원장 박기용)의 국책사업인 부산촬영소는 최근 회의를 통해 조율에 나섰지만, 영진위 측이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으로 너무 소극적이고 위기의식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와 함께 예상 운영 수입·지출 부분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부지에 500억원이라는 거액의 주민지원금이 투입됐음에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주장하는 주민의 반발을 잠재울만한 대안은 없고 오히려 사업 자체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영진위에 따르면 대전 큐브스튜디오 대관 기준으로 실내 스튜디오 3개동의 연간 대관료 13억 7000만원, 야외세트장 연간 대관료 1억 30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예상했다. 총수입 15억원에 그쳤다. 그리고 지출로는 11명의 용역직원 인건비, 전기요금, 운영비 등으로 연간 8억원 정도이며 이를 근거로 약 7억원 정도의 가용 예산이 발생한다.
이 같은 내용에 지역 주민들은 발끈했다.
기장군 한 주민은 “고용 인력 11명에 예상 수입이 월 15억도 아닌 연간 15억짜리 사업에 1000억에 달하는 부지 제공은 있을 수 없다”며 “‘빛 좋은 개살구’인 촬영소 사업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산시와 영진위는 더 이상 희망고문하지 말라! 꼭 부산촬영소 건립을 추진하려면 시에서 부지를 매입하든지, 영진위에서 하든지 간에 전체 부지를 정상적인 가격으로 매입해 달라”고 강조했다.
부산촬영소는 기장군 장안읍 기룡리에 위치한 25만 8152㎡ 부지에 건축연면적 1만 2631㎡ 규모 ‘기장도예관광힐링촌’에 들어설 예정이다. 영진위는 전체 면적의 16.5%인 4만 2600㎡ 부지를 매입해 1단계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고 나머지 84%는 무상으로 사용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1단계인 부지 매입 단계부터 잡음이 발생했다.
영진위에서는 예산상의 문제로 매입대금 중 일부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20년 동안 분할납부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분할 납부도 문제지만 영진위에서 계산하는 매입대금도 논란이다.
영진위는 매입대금으로 해당 부지 공시지가의 2배 정도로 환산해 최대 175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해당부지의 현재 공시지가는 인근의 토지 공시지가 정도이다.
만약 해당 부지를 매각한다고 해도 관광유원지이며 토지기반시설이 완료된 상태의 부지라는 점이 반영된 정상적인 감정이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주민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아울러 20년간 분할납부도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금을 제대로 된 수익사업도 없는 영진위에서 매년 10억원 이상의 대금을 어떻게 지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영진위는 부산촬영소 운영수익으로 20년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부산 | 김태현 기자 localbu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