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에 지명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에 지명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고향 떠난 지 4년 만에 다시 돌아가게 돼 감회가 새롭습니다.”

광주 송원대 좌완투수 정현수(22)는 부산 출신이다. 대연초~부산중~부산고를 졸업한 토박이다. 2020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투수 한승주가 부산고 동기이고, 2019년 데뷔한 롯데 자이언츠 투수 박진과는 초·중·고 1년 선후배 사이다. 동고동락한 동료들은 선망하던 고향팀 롯데에서 뛰거나 꿈에 그리던 사직구장 마운드를 밟았지만, 프로팀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정현수는 대학 진학을 위해 잠시 고향을 떠나야 했다.

그래도 꿈을 포기한 적은 없다. 정현수는 오히려 고교 시절보다 몇 배 더 땀을 흘리며 대학 투수들 중 최대어로 올라섰고, KBO리그 전설들의 선택을 받아 야구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연고지역 선수일 때부터 그에게서 단 한 번도 시선을 뗀 적이 없었던 롯데는 한층 성장한 그에게 2024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3순위 지명권을 기꺼이 행사했다. 신인드래프트 참가를 신청한 대학선수 296명 중 가장 빠른 순번이었다.


●“지금은 대학야구에서 증명된 투수잖아요”

정현수는 야수였다. 부산고 시절 투수로 나선 적도 있지만, 당시 야수로 뛴 경기가 훨씬 많았다. 투수로는 성장할 시간이 필요했다. 두각을 나타낸 것은 대학 2학년부터다. 지난해 19경기에서 10승1패, 평균자책점(ERA) 3.58로 크게 도약하더니 올 시즌에는 11경기에서 4승2패, ERA 2.09를 기록했다. 정현수는 “4년 전 지명을 받지 못해 낙심하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부족했고 채워야 할 점이 많았으니 뽑히지 않았던 것”이라며 “그래서 4년 동안 정말 열심히 야구했다”고 돌아봤다.

롯데도 뿌듯해할 만한 성장이다. 정현수는 방송에서도 낙차 큰 커브는 물론 예리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정교한 제구까지 갖춘 투수로 각광받았다. 권영준 롯데 스카우트팀장은 “우리 연고 선수라서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라며 “고교 시절 투수보다 외야수에 가까웠는데, 당시에 비해 신체적으로나 기량 면에서 많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손의 감각이 뛰어난 좌완이고, 제구력과 변화구도 뛰어나다. 지금은 대학야구에서 증명된 투수”라며 “원래 노력하는 선수인 줄은 알고 있었는데, 대학에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6월 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제1회 한화 이글스배 고교·대학 올스타전에 참가한 정현수. 사진제공 | 정현수

6월 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제1회 한화 이글스배 고교·대학 올스타전에 참가한 정현수. 사진제공 | 정현수



●“캐치볼 하나부터 제대로 해야 돼”

정현수는 내년 신인이지만, 지난해 은퇴한 이대호와 방송을 통해 함께 뛰었다. 부산 토박이이자 롯데를 응원하던 그에게는 아주 큰 행운이었다. 그는 “어릴 때 사직구장에서 이대호 선배님을 보고 야구를 시작했다. 주황색 비닐봉투를 쓴 채 선배님을 응원하곤 했는데, 함께 뛰게 돼 정말 신기했다”며 “선배님은 내게 야구를 대하는 태도를 가르쳐주신 분이다. ‘캐치볼 하나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프로선수에게는 행동 하나하나가 정말 중요하다’고 늘 강조하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프로에 간 뒤부터가 더욱 중요하다’는 말씀도 새겨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선배님께서 뛰신 사직구장 그라운드를 하루빨리 밟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