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별세한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 60여 년간 한국 제약산업의 발전을 이끈 주인공이다. 사진 | 뉴시스
강 명예회장은 1927년 경북 상주에서 강중희 동아쏘시오그룹 창업주의 첫째 아들로 태어났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에서 박사를 받은 뒤 1959년 선친의 회사인 동아제약에 입사했다. 1975년 동아제약 대표, 1981년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으로 취임해 2017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때까지 60여 년간 한국 제약산업의 발전을 이끌며 많은 히트상품을 개발했다.
지금도 동아제약을 대표하는 제품 중 하나인 ‘박카스’와 동아오츠카의 탄산음료인 ‘오란씨’를 지금과 같은 인기 상품으로 키운 주인공이 강 명예회장이다. 또한 국내 최초이자 세계 네 번째인 발기부전 치료 신약 ‘자이데나’ 개발에도 성공했다.
1961년 개발한 피로 해소제 박카스의 경우 국내 뿐 아니라 해외시장에도 진출하며 2013년 지주사 체제 전환 전까지 47년간 동아제약이 국내 제약사 선두 자리를 지키게 한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제품명 ‘박카스’는 강 회장이 독일 함부르크 시청 앞 박카스 상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4년에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아드리아마이신 유도체 항암제 ‘DA-125’를 국내 첫 임상시험용 의약품으로 승인 받았으며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 등의 개발을 주도하는 등 국내 신약 개발에 앞장섰다. 경기도 안양에 현대식 공장을 준공해 1985년 업계 최초로 GMP(우수 의약품 품질 관리 기준) 시설을 인증받았고, 1977년에는 제약 업계 최초로 기업 부설 연구소를 설립해 동아제약을 종합 헬스케어 그룹으로 발전시켰다.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1980년대 경기도 용인에 인재개발원을 세우는 등 인재 개발에서 적극적이었다. 1994년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사회’라는 의미가 담긴 쏘시오(SOCIO)라는 단어를 기업명에 넣어 동아제약 그룹을 동아쏘시오그룹으로 바꾸었다.
1987년 한국제약협회장을 비롯해 1992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 등을 역임했고 2004년에는 제약업 경영인 최초로 전국경제인연합회장(전경련)을 맡았다. 국민 건강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4년 은탑산업훈장(모범상공인), 1994년 국민훈장 모란장(국민 보건 향상 기여), 2002년 국가과학기술 창조장(과학기술 발전기여) 등을 받았다.
사회공헌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987년 사재를 출연해 장학사업과 평생교육 사업을 후원하는 수석문화재단을 설립해 1900명 이상의 장학생을 배출했다. 전경련 회장으로 있는 동안에는 회원사 경상이익의 1%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는 ‘전경련 1% 클럽’을 발족시켰다.
고인은 국내 스포츠계 발전을 위한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했다. 3월에 열린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의 공식음료로 참여한 동아오츠카의 이온음료 포카리스웨트는 2009년부터 15년째 서울마라톤의 공식 스포츠음료로 참여하고 있다. 동아제약은 2005년부터 박카스배 SBS골프 전국시도 학생 골프팀 선수권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KPGA에서 뛰고 있는 프로골퍼 박상현을 후원 중이다.
유족으로는 자녀인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 문석·우석·인경·영록·윤경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이며 발인은 5일 오전 6시30분이다. 장지는 경북 상주시 이안면 대현리 선산이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