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한국전력 빅스톰 배구단](https://dimg.donga.com/wps/SPORTS/IMAGE/2023/10/04/121495217.2.jpg)
사진제공 | 한국전력 빅스톰 배구단
권 감독의 1년차는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깊은 연패에 빠졌을 때도 박철우, 신영석, 서재덕 등 베테랑들과 머리를 맞대며 팀의 중심을 잡았고, 베테랑들과 젊은 선수들 모두 권 감독의 뜻을 믿고 따라 대권까지 노려볼 만한 위치로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임성진, 세터 하승우 등 한국전력의 현재이자 미래들이 눈에 띄게 성장해 전력을 한층 두껍게 만들었다. 비록 지난 시즌 챔프전 문턱에서 도전을 멈춰야 했지만, 언제든 더 높은 곳까지 오를 가능성을 곳곳에서 보인 것만큼은 분명했다.
쓰디쓴 실패를 극복한 뒤 맛본 성공이기에 도전의지도 한층 강해졌다. 권 감독은 4월 계약 연장에 성공하며 더 높은 곳에 오를 기회를 얻었다. 지난 시즌의 경험을 발판삼아 새 시즌에는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가는 팀이 아니라 높은 곳에서 시작하는 팀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2023~2024시즌 준비에 한창인 권 감독을 경기도 의왕 한국전력체육관에서 만났다. 권 감독은 “지난 시즌 (PS에) 갔지만, 올 시즌에는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며 “지난 시즌에는 자신감 하나로 밀어붙였는데, 시행착오도 겪어본 만큼 변수 대처도 철저히 해 더 높은 곳에 올라보겠다. 올 시즌에도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시즌 경험이 올 시즌을 준비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됐나.
“지난 시즌 잘 된 점과 안 된 점은 기록적으로도 분명히 드러나 있다. 공격이나 블로킹, 범실은 괜찮았는데, 리시브와 디그에 약한 면이 있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이가 료헤이(일본)를 선발하고 싶어 했고, 선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수비훈련도 정말 많이 했다(웃음). 수비가 탄탄해야 세터가 편해지고, 세터가 편해지면 공격수들도 편안히 때린다. 또 주전, 비주전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변수에 잘 대처하려면 웜업존의 선수들이 언제 투입되든 (주전과) 실력 차이를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연습한 만큼 결과는 따르지 않았지만, KOVO컵에서도 젊은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 사진제공 | 한국전력 빅스톰 배구단](https://dimg.donga.com/wps/SPORTS/IMAGE/2023/10/04/121495216.2.jpg)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 사진제공 | 한국전력 빅스톰 배구단
-훈련기간 눈에 띈 선수가 있었나.
“우선 세터 (김)주영이가 지난 시즌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팀에 와 1년 동안 꾸준히 연습했다. 아직 내 눈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처음 왔을 때보다 (실력이) 많이 늘었다. 향후 (하)승우의 입대를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주영이가 지금처럼 계속해서 성장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또 부상 때문에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이태호와 안우재에게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땀 흘린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선수들 스스로 실망할까봐 마음이 쓰인다. 정성환과 강우석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에도 한 단계 도약한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
“(임)성진이를 예로 들면 지난 시즌 풀타임을 처음 치렀는데도 정말 잘했다. 사실 그 점이 도리어 심적 압박이 될까 걱정했다. 그래도 코트 안에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있으니, 성진이가 올 시즌 좀더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여줄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믿는다. 또 지난 시즌 호흡을 잘 맞춰간 (하)승우에게는 올 시즌 많은 비중을 둘 생각이다. 다른 포지션도 정말 중요하지만, 그래도 공을 가장 많이 만지는 포지션은 세터다.”
-세터 출신으로서 지난 시즌 하승우가 팀에 녹아드는 과정은 어떻게 지켜봤나.
“사실 승우를 좀더 일찍 (트레이드로) 영입해 손발을 맞췄다면 (정규리그에서) 좀더 올라갔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못내 남았다. 나 역시 세터 출신이니 잘 안다. 실력이 아무리 좋은 세터를 영입해도 두세 달은 꾸준히 호흡해야 결과로 나타난다. 지난 시즌에는 다행히 시즌을 치르면서 호흡이 좋아져서 팀 전력도 안정화됐다고 본다.”
-한국전력의 또 다른 원동력으로 베테랑이 자주 꼽힌다.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도 마음이 서로 맞지 않으면 결코 성과를 낼 수 없다. 지난 시즌 우리가 9연패를 이겨낸 것도 선수들의 마음이 잘 맞았기 때문이다. 감독인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박)철우나 (신)영석이, (서)재덕이, (김)광국이가 대신해주고, 설령 경기에 나서지 못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헌신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후배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때로는 싫은 소리도 할 줄 아는 베테랑들은 우리 팀의 가장 큰 장점이다.”
-베테랑 가운데 코트 안에서 활약을 주목하는 키플레이어가 있다면 누구인가.
“(서)재덕이다.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지만 공격만 하지 않고, 리시브까지 한다. 재덕이는 또 몸소 뛰면서 파이팅을 불어넣는 선수다. 재덕이가 잘한 날에는 경기를 좀더 쉽게 풀어갈 수 있는 반면 부진한 날에는 그 역할을 대신할 선수도 마땅치 않다. 재덕이가 꾸준히 뛰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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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