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은 “전두광 역을 맡은 황정민의 기세에 불타 죽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돌이켰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12·12 군사 반란 담은 영화 ‘서울의 봄’으로 다시 만난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
배우 정우성(50)과 김성수(62) 감독이 영화 ‘서울의 봄’을 위해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12·12군사 반란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는 김 감독이 19살 무렵 서울 한남동에 살며 20분 넘게 이어진 ‘반란’의 총격전 소리를 생생하게 들었다. 이후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오며 “숙제와 같은 작품”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김 감독 인생에 “오랜 화두”와 같은 영화의 얼굴로 정우성을 내세웠다. ‘비트’를 시작으로 ‘태양은 없다’, ‘무사’, ‘아수라’ 등 김 감독과 함께 4작품을 한 27년 동지 정우성은 그가 원하는 것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배우”이기 때문이다. “정우성이 아니면 안 됐다”는 단호한 김 감독의 말에 정우성 역시 “나 또한 김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거절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배우 정우성
‘전두광’ 황정민 형 강렬한 분장
기죽지 않으려고 치열하게 노력
군사 반란을 일으킨 전두광(황정민) 세력을 진압하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을 연기한 정우성은 이번 영화를 선택하기까지 “유난히 고민이 길었다”고 돌이켰다. 바로 직전 촬영을 마친 ‘헌트’에서도 군부 세력에 맞서는 인물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동일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아 부담스러웠어요. 근데 감독님께서 포기를 안 하시더라고요. 하하! 아무리 오래 뜸을 들였어도 아마 전 끝내 이렇게 하게 됐을 거예요. 김성수 감독님의 제안이잖아요.”
전두광을 연기한 황정민과는 ‘아수라’에 이어 또다시 살벌한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극중 민머리 등 황정민의 강렬한 분장에 기죽지 않으려 치열하게 노력했다.
“저 기운에 불타 죽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죠. 정민이 형의 연기도 열심히 관찰했고요. 정민이 형이 불, 전 물 같은 인물은 연기한다고 생각했어요.”
김 감독은 촬영 전 그가 UN난민기구 친선대사로서 진행했던 각종 인터뷰 영상을 보내며 “이런 모습이 캐릭터에 담겼으면 좋겠다”며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내 모습을 내가 참고해야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엔 대체 내게 뭘 바라는 건가 싶어 감독님의 말에 반기를 들기도 했죠. 그런데 결국에는 감독님의 말씀이 다 맞더라고요. 친선대사로서 난민 관련 발언을 할 때는 한 단어 한 단어를 내뱉는 게 굉장히 조심스러운데 그런 신중한 면을 끌어내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절친’인 이정재는 지난해 ‘헌트’를 통해 “세상에서 정우성을 가장 멋있게 찍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비트’, ‘태양은 없다’ 등으로 정우성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담았던 김 감독은 “정우성을 멋있게 찍기로는 내가 이정재한테 질 수는 없지 않느냐”며 맞불을 놨다. 정우성은 두 사람의 귀여운 경쟁(?)에 대해 “아주 건전한 경쟁이다. 다른 감독님들도 이 경쟁에 얼른 뛰어들길 바란다”며 소리 내 웃었다.
“사실 저에게 최고의 감독님은 단연 김성수예요. 연기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저를 동료로 인정해주고 영화 촬영이라는 게 뭔지 깨우치게 해준 분이시죠. 저에게는 최고의 동료이자 선배이자 사랑하는 감독님이에요. 때로는 아주 귀찮기도 하지만요. 하하!”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