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아쉽지만…글로벌 지평 넓힌 값진 경험”

입력 2023-11-30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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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궁에서 열린 국경일 리셉션에 앞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부터). 사진 | 뉴시스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궁에서 열린 국경일 리셉션에 앞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부터). 사진 | 뉴시스

부산엑스포 유치 위해 저력 보여준 재계

부산, 1차 투표서 29표 받아 고배
기업별 담당 국가 선정해 적극 교섭
최태원 회장, ‘1인 3역’ 투혼 발휘
이재용 회장, 중남미 등서 지지요청
정의선 회장은 가장 먼저 TFT 구성
부산의 2030년 엑스포 유치가 무산됐지만, 정부와 함께 원팀을 구성해 저력을 보여준 재계의 움직임에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은 29일(한국시간) 새벽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경쟁도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막강한 오일머니의 벽을 넘지 못했다. 165개 회원국이 참가한 1차 투표에서 부산은 29표를 받아 119표를 받은 리야드에 고배를 마셨다.


●5대 기업, 혼신의 힘 다했다

재계가 엑스포 유치전에 본격 뛰어든 것은 18개월 전인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회 출범 이후다. 후발주자로 시작해 불리한 상황에서도 치열한 외교전쟁을 이끌어 자신감과 값진 경험을 얻었다는 평가다. 특히 기업별로 중점 담당 국가를 선정해 교섭활동을 적극 추진했다. 아프리카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사절단을 파견하고, 정부와 함께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등의 행사를 열었다. 또 기업별 유통망, 스포츠 구단, 홍보관 등을 통해 국내·외 홍보도 강화했다.

유치전의 중심에는 5대 기업의 역할이 컸다. 그중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회 위원장이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SK그룹 회장 등 ‘1인 3역’을 한 최태원 회장은 혼신의 힘을 다했다. 올 초 미국 CES, 스위스 다보스포럼 등에서 주요 엑스포 관계자를 만났고, 유럽 주요국을 돌며 엑스포 유치 지지를 호소했다. 6월 BIE 총회가 열린 프랑스 파리로 출국할 때 목발을 짚고 나타나 엑스포 유치를 위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투표를 앞두고는 이달에만 중남미와 유럽 등 7개국을 돌았다. 비행 거리만 2만2000km로 지구 반 바퀴에 이르는 강행군이었다.

삼성전자 역시 이재용 회장이 직접 나서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전력을 다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부터 중남미와 유럽 곳곳을 돌며 엑스포 지지를 요청했다. 27일 귀국하면서 쉰 목소리로 “다들 열심히 했다”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음을 내비쳤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주도 하에 2021년 8월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그룹 차원의 전담조직인 부산엑스포유치지원TFT를 구성할 정도로 큰 노력을 쏟았다. 스위스 다보스포럼, G20정상회의, BIE총회 등에 부산세계박람회 로고와 홍보 문구를 래핑한 차량으로 유치 지원 활동을 펼쳤다.

LG그룹도 구광모 회장을 중심으로 엑스포 유치를 위해 전 세계를 누볐다. 구 회장은 지난해 10월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를 예방해 엑스포 지지를 호소했으며, 지난달에는 아프리카 BIE 회원국을 만났다.

롯데그룹 역시 그룹의 실질적 연고지인 부산의 엑스포 유치를 위해 전사 역량을 쏟았다. 신동빈 회장은 6월 자신이 설립한 민간외교 단체 아시아소사이어티코리아 네트워크를 가동한 데 이어, 9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오픈을 기념해 방문한 베트남에서는 고위 정·재계 관계자를 만나 부산 엑스포 유치 지지를 당부했다.


●경제단체 “국가경쟁력 끌어올린 계기”

경제단체들은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값진 경험이었다고 평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민들의 단합된 유치 노력은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한국 산업의 글로벌 지평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며 “각 나라들은 소비재부터 첨단기술, 미래 에너지 솔루션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한국과 파트너십을 희망했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은 글로벌 인지도 강화, 코로나 기간 중 못했던 신시장 개척, 공급망 다변화, 새로운 사업 기회 확보 등 부수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얻었다”고 했다.

한국경제인협회도 “비록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준비 과정에서 정부는 물론 경제계, 국민 모두가 원팀이 돼 보여준 노력과 열정은 대한민국이 하나로 뭉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며 “엑스포 유치 노력 과정에서 이뤄진 전 세계 다양한 국가들과의 교류 역시 향후 한국 경제의 신시장 개척의 교두보가 될 것이고, 엑스포 유치를 위한 노력과 경험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리더를 넘어 글로벌 리딩국가로 나아가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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