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위기에 변화 칼바람…‘장수프로그램’도 못 피하네

입력 2024-03-18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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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프로그램들이 연달아 재정비에 돌입했다. 26년째 방송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5월부터 장기 휴식에 
들어가고, SBS 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을 진행한 가수 김창완(위부터)은 23년 방송을 끝마치며 눈물을 흘렸다. 
사진제공|SBS

장수프로그램들이 연달아 재정비에 돌입했다. 26년째 방송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5월부터 장기 휴식에 들어가고, SBS 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을 진행한 가수 김창완(위부터)은 23년 방송을 끝마치며 눈물을 흘렸다. 사진제공|SBS

26년 된 ‘세상에 이런 일이’ 잠정 중단
‘아름다운…’ 23년간 DJ 김창완 아웃
“재정난 심각…시청률로만 존폐 결정”
방송가의 위기가 커지면서 이른바 ‘장수프로그램’들도 변화의 칼바람을 맞고 있다. 장기간 방송하며 방송사의 상징으로 꼽혀온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KBS 2TV ‘전국노래자랑’, SBS 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등이 일제히 MC 교체 등 재정비에 돌입하면서 시청자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을 얻고 있다.

26년째 시청자를 만난 ‘세상에 이런 일이’는 5월 방송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프로그램이 쉬어가는 것은 1998년 5월 첫 방송한 이후 처음이다. SBS 측은 “폐지가 아닌 새로운 경쟁력 확보를 위해 휴지기를 갖는 것이다. 7월 파리올림픽 이후 다시 돌아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방송을 재개하더라도 이전 모습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선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1월 방송사가 “경쟁력이 없다”며 프로그램 폐지를 논의한 지 2개월여 만에 장기 휴식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첫 회부터 출연한 방송인 임성훈, 박소현 등을 비롯해 일부 진행자들이 바뀔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17일 한 방송관계자는 “제작진이 MC 교체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44년째 방송 중인 ‘전국노래자랑’도 개그우먼 김신영을 새 MC로 내세운 지 1년 6개월여 만인 12일 방송인 남희석으로 진행자로 교체해 진통을 겪었다. ‘아름다운 이 아침’은 청취자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2000년 10월부터 23년간 DJ 자리를 지켜온 가수 김창완이 14일 생방송을 끝으로 프로그램을 떠났다. 후임으로는 배우 봉태규가 18일부터 마이크를 잡는다.

방송관계자들은 이미 고정시청자를 확보한 장수프로그램들마저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개편되는 현실이 방송가의 위기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PD는 “방송사들이 최근 재정난이 심각해지면서 프로그램 제작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각 프로그램이 지닌 의미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시청률로만 프로그램 존폐를 결정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방송사들이 프로그램 편수를 급속도로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화제성조사회사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은 현재 방송 중인 프로그램들을 집계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TV채널의 시사교양, 예능, 다큐멘터리 등 비드라마 콘텐츠 신작은 총 272편으로 2022년 349건에 비해 22.1% 감소했다”고 밝혔다.

유지혜 스포츠동아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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